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11일 통화정책방향을 결정하는 본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인하한 3.25%로 결정했다. 작년 1월에 3.25%에서 3.50%로 인상한 이후(작년 2·4·5·7·8·10·11월, 올해 1·2·4·5·7·8월) 14번째 회의 만에 금리를 내린 것이다. 2021년 8월 인상(0.25%p 인상, 0.75%)을 시작으로 긴축에 돌입한 이후 3년 2개월 만에 금리를 내린 것이다. 금리 인하 기준으로는 2020년 5월(-0.25%p 인하, 0.50% 결정) 이후 4년 4개월여 만에 인하를 단행했다.
올해 통화정책방향을 결정하는 금통위는 이달과 다음달 두 번 남았다. 이달에 피벗(정책 기조 전환)을 할 것이란 전망이 다소 우세했으나 11월 인하 가능성도 꾸준히 나왔다. 금융투자협회가 채권 보유 및 운용 관련 종사자 100명에게 설문한 결과 64%가 이번 금통위에서 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에상했다.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내린 배경으로는 미국의 빅컷(0.5%p 인하) 단행이란 대외 요인과 내수 부진이란 대내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금융안정을 위협했던 가계부채 증가 속도도 더뎌지면서 금리 인하 결정의 부담을 던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정책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한 4.75~5.00%로 조정했다. 이에 한미 금리차 역전폭도 기존 -2.00%p에서 -1.50%p로 좁아졌다. 미국이 금리를 조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한은이 금리를 먼저 내려 금리차 역전폭이 추가로 확대됐다면 한은으로서는 부담을 가졌을 수 밖에 없다.
대내적으로는 내수부진이 금리 인하 요인으로 작용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상반기 소매판매 증가율은 전년동기 대비 0.3% 상승한 데 그쳤다며 “장기간 높은 수준에서 유지된 기준금리의 인하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2021년과 2022년 상반기 소매판매 증가율은 각각 8.1%, 7.1%를 기록했다.
여기에 가계부채 증가 속도와 집값 상승 속도가 둔화한 것도 금리 인하 결정에 부담을 경감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7일 기준)을 보면 서울은 0.10%로 전주와 같았다. 지난달에 변동률이 0.23%까지 높아진 이후 상승폭이 좁아지고 있다.
조영무 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통화정책 결정 고려 요소인 가계부채 증가세, 주택가격 상승세가 둔화하는 조짐이 나타나는 것을 주목하며 금리를 인하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민지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가계대출 증가세가 꺾였고, 8·9월 아파트 거래량을 봐도 매매 건수가 많이 감소했다”며 “물가, 경제성장률 등을 고려해 금리 인하 여건이 됐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