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브랜드와 협업한 서비스 곳곳에 배치돼
최우선 가치 ‘안전’…승무원 상황 대처도 수준급
청주 거점 유지 의무 종료…인천서도 존재감 확대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시장에서 입지를 넓히고 있는 항공사가 있다. 바로 에어로케이항공(에어로케이)이다. 청주를 거점으로 삼았던 에어로케이는 거점 유지 종료와 함께 인천발 국제선을 늘려가며 본격적인 경쟁에 뛰어 들었다. 국내 항공업계에 또 다른 선택권을 제공하는 에어로케이를 2일 탑승해봤다.
이날 노선은 충북 청주발ㆍ다낭행 에어로케이 RF531편으로, 베트남 최고 휴양지로 인기인 다낭 여행에 대한 기대감을 품은 승객들로 빈 좌석이 보이지 않았다.
이날 탑승한 여객기는 180석 규모의 에어버스 A320-200 기종. LCC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연료 효율이 높은 중·단거리 항공기다. 에어로케이가 보유한 7대의 여객기는 모두 이 기종이다.
2021년 첫 운항을 시작한 신생 항공사인 만큼 기내 환경은 깔끔했다. 에어로케이 로고가 새겨진 하얀 시트 커버만 보더라도 ‘깨끗하다’는 인상이 든다.
에어로케이 여객기의 큰 특징 중 하나는 얇은 좌석이다. 다른 항공사에 비해 좌석 쿠션이 얇게 만들어졌는데, 이는 좌석 두께를 줄이고 충분한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의도한 것이다. 덕분에 작은 항공기임에도 준수한 공간감을 느낄 수 있다. 좌석 배치는 LCC에서 흔히 볼 수 있는 3-3 형태다.
탑승 여객기의 좌석 간격은 △1열 43인치 △2-4열 31인치 △5-11열 28인치 △12, 14열 35인치 △ 15열 29인치 △16-31열 28인치다. 탑승했던 2열의 31인치 좌석, 키가 175cm인 기자 기준으로는 앞자리와 주먹 하나 반 이상 들어갈 정도로 널찍했다. 보다 넓은 좌석이 필요한 경우 추가 금액을 내고 미리 좌석을 지정하면 편안한 여행을 할 수 있다. 구체적인 여객기별 좌석 간격은 홈페이지에 안내돼 있다.
에어로케이 RF531편은 태풍 ‘끄라푼’의 영향으로 약 2시간 반 지연 출발했다. 이로 인해 탑승과 이륙이 빠르게 진행돼, 통상 이륙 대기 중 즐길 수 있는 기내음악을 들을 수 없어 아쉬웠다. 에어로케이는 ‘뮤직 온 보드(Music on Board)’ 서비스를 통해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이착륙 시 선보이며 특유의 ‘힙한 감성’을 드러내고 있다. 꼭 듣고 싶은 노래가 있다면 사연과 함께 에어로케이 공식 인스타그램에 메시지를 보낼 수 있고 안내 책자에 있는 QR 코드를 통해 음원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도 있다.
기내에서는 수제맥주 회사 ‘더부스’가 만든 저칼로리 하이볼도 판매하고 있다. 하이볼 3종의 도수는 모두 5.0%로 일반적인 맥주와 비슷한 수준이다. 맥주는 심심하고 음료수는 아쉽다면 하이볼로 힙한 비행을 경험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에어로케이 여객기에서 눈에 띄는 또 하나는 ‘젠더리스 유니폼’이다. 에어로케이는 ‘안전’ 가치를 최우선으로 삼아, 2022년부터 남·여 승무원 모두 활동성이 뛰어난 바지와 운동화를 유니폼으로 정했다. 특히 운동화의 경우 운동화 브랜드 ‘마더그라운드’와 협업한 제품으로, 기내는 물론 온라인을 통해 실제로 구매할 수도 있다.
단순히 유니폼으로만 ‘안전’이라는 가치를 추구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이날 비행에서는 실제로 기내 응급환자가 발생했는데, 승무원들이 침착하게 방송을 통해 의료진 탑승 여부를 확인하고 응급 상황에 대처하는 등 잘 훈련된 모습을 보였다. 에어로케이는 승객 중 의료진이 탑승하지 않더라도 환자의 위급도를 확인한 뒤 회항이나 인근 공항 착륙 등을 통해 상황에 대처하는 매뉴얼도 가지고 있다.
아울러 이날 지연 출발을 단순히 ‘태풍으로 인한 지연’으로 설명하지 않고, 기장이 직접 방송을 통해 태풍으로 인해 대체 항로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늦어졌다고 구체적으로 설명해 더욱 신뢰가 갔다. 아울러 기존 항로와 대체 항로에 대한 구체적 경로도 설명하는 등 고객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항공사라는 인상이 들었다.
이처럼 에어로케이는 후발항공사지만 안전 중심의 운항 기조, 다양한 브랜드와의 협업 등 특별한 색을 가지고 있다. 덕분에 첫 운항 이후 약 3년 5개월 만인 9일 누적 탑승객 200만 명을 돌파하는 등 국내 LCC 업계에서도 차근차근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작년 7월 첫 국제선 운항 이후 국제선 탑승객 비중도 40%로 집계되는 등 국제선 비중도 늘려가며 수익성도 빠르게 개선 중이다. 4월에는 ‘청주공항 거점 유지 의무’가 종료되며 인천발 노선을 확장, 현재 인천에서 도쿄, 나트랑 노선을 운영 중이다.
에어로케이는 국내에서 수요가 가장 큰 공항인 인천공항에서 출발하는 노선을 늘려 수익성 개선을 본격화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지속적인 여객기 도입을 통해 수송 능력도 빠르게 확대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