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용사 2~3곳만 액티브 상품 의사 밝혀
‘1사1개 원칙’·촉박 일정에 패시브 쏠림
밸류업지수 연계 상장지수펀드(ETF)가 내달 출시를 앞둔 가운데 주요 운용사 대부분이 패시브 방식의 상품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거래소는 과잉 경쟁 방지를 위해 ‘1사 1개’ 원칙을 내세운 가운데, 대다수 ETF가 패시브 상품으로 몰리면서 차별화가 없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재까지 다음 달 밸류업 지수 연계 ETF 상품을 출시하겠다고 밝힌 자산운용사는 삼성·미래에셋·KB·한국투자자산운용 등 10곳 내외이다.
이중 2~3개 운용사만 액티브 ETF 출시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제외한 대다수 운용사가 패시브 방식의 ETF를 준비 중이다. 패시브는 기초지수의 구성 종목과 성과를 그대로 추종하는 방식이다. 반면 액티브는 기초지수 대비 초과 수익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상관계수 0.7 범위 안에서 자유롭게 종목을 선정하고 비중도 조정할 수 있다.
패시브 ETF로 쏠림 현상이 커진 데에는 거래소의 방침이 컸다. 거래소는 최근 자산운용사들을 대상으로 밸류업지수를 활용한 ETF 출시를 1사당 1개만 출시하도록 지침을 내렸다. 10곳이 넘는 운용사가 상품을 출시하는 가운데, 2개 이상 상품이 나오게 되면 과잉 경쟁으로 불필요한 중복 상품이 많아질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이 때문에 삼성자산운용은 패시브 상품을, 삼성액티브운용은 액티브 상품을 각각 1개씩 내놓을 예정이다.
특히 액티브 상품을 개발하기까지 일정이 촉박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밸류업지수는 지난달 24일 밸류업지수를 처음 공개하고 30일부터 공식적으로 시장에 산출됐다. 일반적으로 ETF 상장은 거래소에 예비심사를 신청한 후 금융감독원에 자료를 제출하고 거래소의 본심사, 펀드 설정 등을 거치는 과정에서 두 달에서 석 달까지 걸린다. 촉박한 시간 탓에 차별화된 액티브 상품을 구현하기 어렵다는 게 업계의 목소리다.
밸류업 ETF가 패시브 방식으로 몰리면서 상품 차별화가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패시브 방식의 특성상 종목 구성·비중도 비슷할 수밖에 없는 데다, 운용사의 경쟁으로 운용 보수 등도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다수 상품이 패시브 방식으로 비슷비슷하게 구성되면 대형사로 자금이 쏠릴 가능성도 있다.
자산운용 관계자는 “지수를 그대로 따라가는 패시브 상품의 경우 회사별로 비슷비슷하게 구조화될 수밖에 없어 운용보수로만 다소 차이가 있을 것”이라며 “누군가 염가 경쟁을 시작한다면 보수도 중소형사들도 이를 다 따라가면서 차별점이 사라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