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면에서 열위…한 자릿수 지분 확보 가능성
고려아연이 공개매수하는 자사주는 의결권 없어
경영권 분쟁 장기화할 듯
영풍·MBK파트너스의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가 14일 종료된다. 경영권을 지키려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11일 공개매수 가격을 추가 인상한 가운데, 이번 공개매수 결과에 따라 경영권 분쟁이 내년 정기 주주총회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영풍·MBK 연합이 지난달 13일부터 시작한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가 한 달여 만인 14일 종료된다. 영풍·MBK 측의 공개매수 가격은 주당 83만 원으로, 고려아연이 제시한 가격(89만 원)보다 6만 원 낮다.
영풍·MBK 측이 가격 면에서 불리한 만큼 최대 목표 수량인 발행주식총수의 14.6%를 채우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다만 투자자마다 배당소득세와 양도소득세 유불리가 다르고, 가처분 소송 결과가 아직 나오지 않아 영풍·MBK가 적어도 한 자릿수의 지분은 확보할 것으로 점쳐진다.
또한 양측 모두 초과 청약 시 물량을 비율대로 나눠 매수하는 안분비례를 적용하는데, 가격이 높은 고려아연 쪽으로 청약이 몰릴 것을 우려한 투자자들이 영풍·MBK의 공개매수에 응할 가능성도 있다.
고려아연은 11일 공개매수 가격을 인상하면서 매입 물량도 사실상 유통 주식의 전부인 20%로 확대하며 주주들의 불안을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영풍·MBK의 공개매수 종료를 앞두고 양측의 장외 공방도 치열해지고 있다.
고려아연은 이날 경영진 입장문을 내고 “주당 89만 원에 주식 20%를 전량 매수해도 부채비율은 100% 미만을 유지할 것”이라며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1조3000억 원 수준의 견조한 실적으로 신속한 상환을 완료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영풍·MBK 측이 자사주 공개매수 부담으로 인해 고려아연의 부채비율이 2030년에는 244.7%까지 증가한다고 주장한 데 반박한 것이다.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는 23일까지 진행된다. 고려아연은 자사주 공개매수를 통해 전체 발행 주식의 17.5%를 확보할 예정이다. 우군으로 나선 베인캐피탈도 지분 2.5%를 공개매수한다.
공개매수 이후에도 경영권 분쟁이 완전히 끝났다고 보긴 어렵다. 자사주는 원래 의결권이 없고, 고려아연이 공개매수한 자사주는 소각이 예정돼 있어 우호 세력에게 처분할 수도 없다. 반면 영풍·MBK 측은 최소 매수 수량 조건을 삭제했기 때문에 공개매수에 응한 모든 주식이 영풍·MBK의 지분이 된다.
현재 최 회장 측이 보유한 고려아연 지분은 15.6%, 백기사로 분류되는 한화·현대차·LG화학 등을 포함하면 33.99%까지 늘어난다. 영풍·MBK 측은 33.13%를 보유하고 있다.
만약 고려아연 측의 공개매수가 목표 물량을 모두 채울 경우 최 회장 측의 의결권은 약 45%가 될 것으로 추산된다. 영풍·MBK가 같은 조건으로 공개매수에서 3.5%만 확보해도 최 회장 측의 의결권을 앞서고, 7% 내외로 확보하면 의결권 과반을 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주주총회 ‘표 대결’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21일쯤 나올 법원의 가처분 결정도 관건이다. 영풍·MBK는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가 배임 소지가 있으니 절차를 중지해 달라며 서울중앙지법에 가처분 신청을 낸 상태다. 법원은 영풍·MBK가 제기한 고려아연의 자사주 취득 금지 가처분 신청을 모두 기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