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택 경제칼럼니스트
중국도 폭락만 거듭하던 주식시장을 마냥 방관만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동안 중국은 전 산업에 걸친 공급과잉으로 디플레이션 위험에 처했는데, 특히 부동산 부문에서 심각한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주요 도시의 물가는 8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결국 중국정부는 지급준비율(RRR·지준율) 0.5%포인트(p) 인하, 장기 유동성 1조 위안(약 190조 원) 공급, 정책 금리·부동산 대출 금리 인하, 증시 안정화 자금 투입 등의 대책을 잇달아 발표하며 시장을 지원하고 있다. 이후 중국 주식시장은 연일 급상승했는데, 예를 들어 알리바바 주가는 9월 초 이후 40% 이상 상승했다. 물론 부실기업의 대대적인 구조조정 없이 유동성 공급만으로 주식시장을 지속적으로 상승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은 남아 있다.
유럽도 경기 침체의 위험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완화적 통화정책을 펴고 있다. 독일은 유럽 최대 경제대국으로 유로권 20개국 국내총생산(GDP)의 대략 30%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독일 경제가 심상치 않다. 독일은 2분기(4~6월)에 유럽 주요국에서 유일하게 마이너스 성장하여 유럽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 독일 경제연구소(Ifo)에 따르면, Ifo 기업환경지수가 4회 연속 하락했다. 수출업계 분위기도 침체하고 있는바, Ifo 수출 기대치는 8월 -5.2포인트에 비해 9월에는 -6.3포인트로 하락했다.
기업의 체감경기를 나타내는 제조업 구매 담당자 경기지수(PMI)는 9월 40.6으로 1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독일은 오랫동안 유로존의 경제 엔진으로 여겨져 왔지만, 지금은 유럽의 병자인 셈이다. 여기에 많은 남부 유럽 국가의 높은 부채 수준을 추가하면 이자율이 더 이상 높은 수준에 머물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유럽중앙은행(ECB)은 그동안 유지해온 기준금리(4.5%)를 지난 6월과 9월에 각각 0.25%p, 0.6%p 내렸고, 시장에선 10월에 추가로 0.25%p 인하를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주요국이 기준금리를 동시에 인하하면 시장에 유동성이 한꺼번에 너무 많이 공급될 수 있다. 금융완화정책의 국제적 공조(?)로 인해 과잉공급된 유동성은 주식지수를 과도하게 상승(overshooting)시킬 위험을 초래하기도 한다. 글로벌 경기부양 정책은 원자재 가격의 새로운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는 겨우 안정된 물가상승률을 다시 올릴 수 있다. 경제 성장이 정체하면서 물가도 오르고 실업률이 증가하는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으로 갈 수 있다.
스태그플레이션이라는 단어는 자연스럽게 1970년대의 추억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에 석유, 금, 은의 가격이 급격하게 상승했는데, 그나마 이런 원자재가 자산의 안전한 피난처 역할을 하였다. 현재 시장에는 유동성의 힘으로 지속적인 랠리의 조짐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 이를 유지하려면 전 세계 중앙은행은 금리인하를 통해 더 많은 돈을 시장에 쏟아부어야 할 것이고, 이는 중기적으로 인플레이션을 더욱 부채질할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앞으로 몇 달 동안은 시장의 변동성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글로벌 시장은 우리에게 묻고 있다. 우리는 시장의 끝없는 상승 국면에 직면하고 있는가, 아니면 과도한 상승 후에 붕괴의 위협에 직면해 있나? 10월 11일자 뉴스에 따르면,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해서웨이가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보유 지분을 10% 미만으로 축소했다고 한다. 오마하의 현인은 지금 경기방어주인 은행주마저 매도하여 현금으로 보유하며 미래를 대비하고 있다. 우리의 포트폴리오를 점검할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