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세수 예상보다 30조 덜 걷힐 전망...연장 시 세수감 부담
국제 유가 상승으로 물가 압력받을 수 있어...연장 가능성도
정부가 이달 말 종료되는 '유류세 인하 조치' 연장 여부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올해 세금이 애초 예상보다 30조 원 가까이 덜 걷힐 것으로 전망돼 유류세 인하 조치 연장은 곧 세수감소라는 부담으로 이어진다. 반면 최근 출렁이는 국제유가 영향으로 물가가 상승 압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은 유류세 인하 조치를 연장해야 할 명분이다.
14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이르면 이번 주 중으로 유류세 인하 조치 연장 여부를 결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현재 휘발유는 20%, 경유·액화석유가스(LPG)는 30%의 유류세 인하율을 적용받고 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시기였던 2021년 11월 처음 도입돼 지금까지 총 11차례 연장됐다. 중간에 세율 인하 폭을 축소하기도 했지만 상시적 인하를 지속하고 있는 셈이다.
정부가 유류세 인하 조치를 연장 여부를 놓고 가장 우려하는 건 세수감이다. 지난달 말 발표한 국세 수입 재추계 결과를 보면 올해 30조 원에 달하는 세수 결손이 예상된다. 이 중 유류세가 포함된 교통·에너지·환경세의 올해 수입은 11조2000억 원으로 애초 편성 예산(15조3000억 원)보다 4조1000억 원 부족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올해 30조 원에 달하는 '세수 펑크'에 이바지한 주요 세목 중 법인세(-14조5000억 원), 양도세(-5조8000억 원)에 이어 세 번째로 큰 마이너스 규모다.
반면 유류세 인하 조치를 종료하면 안정 흐름을 보이는 물가를 자극할 수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6%로, 3년 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전체 품목 중 가중치가 높은 석유류는 1년 전보다 7.6% 떨어지며 전체 물가 상승률 하락을 견인했다. 만일 유류세 인하 조치가 연장되지 않고 종료될 경우 겨우 안정세를 되찾은 물가에 충격을 줄 수밖에 없다.
더 우려스러운 건 널뛰기하는 국제유가다. 최근 이란과 이스라엘의 충돌로 중동지역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데다 미국 허리케인 사태에 따른 석유 수급 차질로 국제 유가 오름세가 계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배럴당 75달러대, 브렌트유는 배럴당 79달러대에서 거래 중이다. 일각에선 국제 유가가 연내 배럴당 100달러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통상 국제 유가가 2~3주의 시차를 두고 국내 기름값에 영향을 준다는 점을 고려하면 11주 연속 동반 하락 중인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조만간 요동칠 수 있다. 최근 대한석유협회는 환율과 국제유가 영향에 따라 이번 주부터 주유소 기름값이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또한 국제 유가 오름세는 곧 수입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지난달 1.6%로 내려오면서 안정된 흐름을 보이는 물가도 요동칠 수 있다. 수입 물가는 통상 한 달 정도의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연말이나 내년 초에는 물가가 다시 뛸 가능성이 있다.
현재 정부는 유류세 인하 조치 연장 또는 종료, 부분 환원 등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막판 고심 중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국제유가 상황과 이로 인한 국내 기름값, 물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연장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며 "통상 만료일 1~2주 전에 연장 여부를 결정한 만큼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