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보험상품 이차역마진 우려
전문가 "대체투자처 발굴 나서야"
내년 보험사 전망이 암울한 가운데 투자 수익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미국에 이어 한국까지 기준금리를 본격 인하하면서 보험사가 주로 채권을 통해 벌어들이던 투자 수익이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부동산 부실이 여전한 가운데 새로운 대체투자처 확보에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이 38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내린 데 이어 내년 1~2월 중 추가 인하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금통위가 결정문에서 추가 인하를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고 언급한 점을 고려하면 추가 인하까지는 적어도 3개월 이상의 정책 효과를 확인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며 “추가 인하 시점은 내년 2월 이후”라고 분석했다.
금리가 더 내려가면 채권 투자 비중이 높은 보험업계 투자수익률은 더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채권은 금리의 영향을 크게 받는데, 금리가 지금처럼 낮아질 경우 채권의 평가손익은 늘어나지만 채권 투자에 대한 기대 수익률은 낮아진다.
생명보험업계의 총 운용자산 중 채권이 차지하는 비율은 50.0%, 손해보험업계는 38.2%로 투자처 중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손보업계의 경우 외화표시유가증권에 포함되는 해외채권 등을 합치면 비중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주요 생보사별로 보면 7월 말 기준 삼성생명은 254조8409억 원 중 107조2873억 원(42.1%)을 채권에 투자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밖에 △한화생명 47.2% △교보생명 43.4% △신한라이프생명 71.8% △NH농협생명 62.5%로 나타났다.
손보사 별로는 6월 말 기준 △삼성화재 34.4% △현대해상 36.5% △DB손해보험 32.2% △KB손해보험 46.2% △메리츠화재 37.8%로 조사됐다.
현재도 평균 운용자산이익률이 생보업계 3.2%, 손보업계 2.6%로 기준금리(3.25%)를 하회하고 있는데 내년 보험이익도 악화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오면서 불안감은 더욱 고조되는 모습이다. 실제로 보험연구원은 내년 보험산업의 초회보험료가 종신보험과 연금보험의 감소로 전년 대비 9.2%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장기상품을 판매하는 보험사가 보험소비자의 노후를 안정적으로 대비하기 위해서는 투자역량 강화가 필수적인 만큼 투자처 발굴에 힘써야 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정성희 보험연구원 실장은 “소비자의 노후 대비 자산형성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장기 수익률을 제고할 필요가 있다”며 “새로운 투자처를 찾고 기관투자자의 역할을 강화해 실물 경제 성장에 기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험연구원은 △수익률 개선을 위한 중위험·중수익 투자처 발굴 △투자재원 부족에 대응한 유동성 관리 방안 검토 △전문성·효율성 확보를 위한 성과평가와 보상체계 구축 등을 경영 과제로 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주식 등은 보험사가 집중하기엔 고위험 투자처인데다 부동산 부실로 인한 우려가 여전하고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억제에 열을 올리면서, 마땅한 수익률 제고 방안이 없어 보험업계의 걱정만 커지고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금리 인하로 인한 투자수익률 하락은 과거 판매한 고금리 상품에 대한 이차역마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면서 “추후 시장 조사 등을 통해 투자수익률 제고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