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경쟁력 높이자" 경제계, 정부에 현장밀착형 규제 개혁 과제 전달

입력 2024-10-15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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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총, 186건 규제 개혁 과제 건의
대한상의, 국민 공감받은 10건 사례 공개
반도체 업계에 보조금‧인프라 지원 요청

▲흐린 날씨 속 서울 여의도 빌딩들이 구름에 가려져있다. (뉴시스)

A 기업은 50년이 넘게 운영한 사업을 친환경 사업으로 전환하고자 했지만, 공장 일대가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되면서 공장 증설시 거액의 보전부담금을 부과하게 돼 투자가 지연되고 있다. B 기업은 공장부지가 입지 당시와 달리 자연녹지지역으로 변경되며 엄격한 건폐율 규제를 적용받게 돼 신ㆍ증설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C 조선소는 중대 재해 사고 위험을 예방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인체 감지용 CCTV 설치를 추진했으나 노조의 반대 때문에 도입에 애를 먹었다. 안전담당자는 건설 현장에서는 스마트 기술이 안전 활동에 적극적으로 활용돼야 하지만, 제조 현장에서는 노조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경제계가 기업 경쟁력 향상을 위한 현장 밀착형 규제 개혁을 정부에 건의했다. 기업과 국민에게 걸림돌이 될 수 있는 규제를 개선해 시대와 환경에 발맞춰야 한다는 취지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현장 애로와 안전, 기업경영, 세제, 노동, 환경 등 6대 분야에서 총 186건의 규제 개혁 과제를 발굴해 국무조정실과 정부 부처에 건의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날 대한상의 역시 ‘재검토가 필요한 현장규제’ 10건 중 일부를 공개했다. 이는 기업 현장에서 발굴한 과제들로 국민이 많이 공감한 사례를 선별한 것이다.

먼저 경총은 중대 재해 예방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재해 위험 상황 모니터링 목적의 CCTV 설치 의무 제도화를 건의했다.

또 최근 기업의 투명 경영 확산과 글로벌 스탠다드를 고려해 자료 제출 등 공정거래법 위반 시 처벌 수준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만 엄격하게 운영하는 사외이사가 지배하는 회사의 계열사 편입 규제를 합리화해야 한다는 건의도 나왔다.

실제로 대기업집단인 A 기업은 계열사 현황을 제대로 제출하지 않아 공정위로부터 경고를 받았다. 신고에서 빠진 C 사는 B 사의 사외이사 D 씨가 설립한 회사로 B 사의 동일인이나 주요 업무와는 관련이 없다. 그러나 공정위는 D 씨가 사외이사로 선임된 뒤 C 사를 설립했다며 C 사를 B 사의 계열사로 간주하고 자료 제출과 공시 의무를 부과했다.

D 씨는 이에 부담을 느껴 사외이사직에서 사임했다. 계열사 편입 규제로 기업들이 사외이사직 선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총은 또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구축을 위해 세제 지원 대폭 확대와 보조금, 인프라 지원 등을 요청했다. 미국과 일본 등 주요국은 자국의 생산기지 확대를 위해 대‧중소기업과 자국‧외국기업 구분 없이 투자 유인 세제 혜택과 보조금을 지원한다. 우리나라는 생산기지에 대한 보조금 지급이 없고, 대기업(15%)과 중소기업(25%)에 설비 투자비용만 차등 지원한다.

이 밖에도 연구개발‧전문직에 근로시간제 유연화를 도입하고, 기간제근로자‧사내하도급 가이드라인 개선, 비정규직 규제 완화 등 고용형태 다양화도 제안했다.

한국은 업종별·직무별 차이를 두지 않고 획일적으로 초과근로를 규제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과 일본은 근로자의 직무·전문성·소득수준을 고려해 초과근로수당 등 근로시간 규제를 유연하게 적용한다. 미국, 일본 같이 업무 특성상 근로시간을 기준으로 성과 평가가 어려운 연구개발·전문직·고소득자에 대한 근로시간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대한상의 소통플랫폼에서 많은 공감을 받은 규제 개혁으로는 토지이용규제 전 지은 공장 증축 시 부담금 부과 등이 거론됐다. 이미 공장이 들어선 후에 해당 지역에 토지이용규제가 적용되면서 신증설 투자에 과도한 부담이 발생하는 사례가 대표적이다.

공장의 주차난을 해결할 부지가 있지만 규제 때문에 추가 주차장을 설치할 수 없어 인근 국도를 이용하게 된 사례도 있다. 생산관리지역에 설치 가능한 시설이 주택, 판매시설, 근린생활시설, 일부 공장 등 20여 개로 제한되며, 주차장은 설치시설 목록에 포함되지 않아 발생한 일이다.

강석구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규제는 국민을 보호하는 등의 긍정적인 기능도 있지만 시대와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현실에 맞지 않는 기업현장, 일상생활의 규제들은 유연하게 개선할 필요가 있다”며 “정부가 기업과 국민 눈높이를 고려해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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