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4만명” 거짓말 또 반복
남북연결도로 폭파 거론하며 “한국, 러시아ㆍ중국과 단절”
빅터 차 “트럼프 당선 시 방위협정 무효할 것”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 미국 비영리방송 시스팬(C-SPAN) 등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시카고경제클럽이 주최한 대담에서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재차 강조했다.
그는 “내가 지금 그곳(백악관)에 있었다면 우리에게 연간 100억 달러(약 13조6500억 원)를 내라고 (한국에) 말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100억 달러는 최근 한미가 합의한 2026년 분담금 1조5192억 원보다 9배 가까이 많은 돈이다. 트럼프의 주장에 따르면 그가 대통령이었을 때 연 50억 달러를 요구하자 우리 정부는 의회 반발 등을 이유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자 첫해 20억 달러, 이듬해 50억 달러를 내는 방향으로 선회하려 했는데, 조 바이든 정부 들어서 틀어졌다고 트럼프는 강조했다.
그는 “한국은 머니머신이다. 나는 과거 한국에 ‘미안하지만, 방위비를 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며 “그들은 그것(인상)이 다가올 것을 알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그곳엔 4만 명의 군인이 있다”며 “그들(한국)은 돈을 내기로 했지만, 다시 (금액을) 줄였다”고 거짓 주장을 늘어놓았다. 현재 한국에 주둔 중인 미군 병력은 2만8500명 정도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전부터 여러 차례 4만 명이라는 가짜뉴스를 반복하고 있다.
방위비 분담금을 높이려는 배경으로는 북한의 핵무기 위협을 꼽았다. 그가 “북한은 엄청난 핵 파워를 갖고 있다”고 말한 게 대표적이다. 특히 이날 북한이 남북연결도로 북측 부분을 폭파한 최근 소식을 들먹였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나는 시진핑, 푸틴, 김정은과 매우 좋은 관계를 유지했다. 조금 전 그(김정은)가 한국으로 들어가는 도로를 폭파했다는 내용이 발표됐다”며 “이는 한국이 이제 러시아, 중국, 기타 여러 곳으로부터 단절됐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한국이 손잡을 곳은 미국뿐이라는 것을 우회적으로 가리킨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5월에도 타임과의 인터뷰에서 방위비 인상을 촉구했다. 당시 그는 한국 정부가 그러지 않을 시 주한미군을 철수할 수 있다고 엄포까지 놨다. 그는 “우리가 있어선 안 될 곳이 있고, 있어야 하는 데 없는 곳도 있다”며 “우리는 군에 관해 많은 선택권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이 우리를 제대로 대우해주길 바란다”며 “그들은 주둔 병력 4만 명에 대해 사실상 아무것도 지급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그들은 매우 부유한 나라가 됐다. 한국이 나서서 돈을 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완강한 태도에 최근 바이든 행정부와 합의했던 ‘2026년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도 엎어질 가능성이 생겼다. 과거 빅터 차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석좌는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이기면 그는 SMA를 즉시 무효로 할 것”이라며 “이는 새 행정부 출범 시 양국 관계를 악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당선 시 한국에 발생하는 위험은 이것만이 아니다. 관세의 공격적 인상에 따른 수출 감소,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지원법에 규정한 보조금을 받지 못할 가능성 등이 있다. 이러한 이유로 최근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는 트럼프 당선 시 한국의 2028년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지금 예상치보다 1% 이상 낮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