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공화당 대통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15일 블룸버그통신과의 대담에서 “내가 거기(백악관)에 있으면 그들(한국)은 (주한미군 주둔 비용으로) 연간 100억 달러(약 13조 원)를 지출할 것”이라고 했다. “한국은 머니머신(Money Machine·부유한 나라)”이라고도 했다.
트럼프가 11월 대선을 3주 앞두고 언급한 ‘연간 100억 달러’는 한국이 2026년 낼 돈의 9배 가깝다. 한미는 이달 초 2026년 방위비 분담금을 전년도 대비 8.3% 인상한 1조5192억 원으로 하는 제12차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협상을 완료했다. 2030년까지 매년 분담금을 올릴 때 소비자물가지수(CPI) 증가율을 반영키로 하는 등 합리적 수준에서 마무리했다.
이번 ‘머니머신’ 발언은 트럼프 재집권 시 방위비 재협상 요구 가능성을 키운다. 그는 올해 5월에도 “한국이 우리를 제대로 대우하길 바란다”며 불만을 드러냈다. 트럼프는 주한미군 규모도 자주 부풀린다. 2만8000명 병력을 4만 명이라고 주장하는 식이다. 돈 요구를 정당화하려는 ‘의도적 과장’일 개연성이 없지 않다. 트럼프는 기본적으로 동맹을 거래 관점으로 바라본다. 가치 동맹은 안중에 없다. 전통 우방국들이 다 우려하는 독특한 성향이다. 우리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11월 대선 판세는 예측을 불허한다.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는 초박빙이다. 특히 애리조나, 조지아, 미시간, 네바다, 노스캐롤라이나,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등 7개 경합주에서는 지지율이 동률이거나 1%포인트(p) 격차라는 여론조사 결과가 쏟아지고 있다.
누가 당선되든 보호무역주의 강화는 피할 수 없는 귀결이다. 글로벌 공급망 암투도 치열해질 것이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체제로선 견디기 어려운 도전적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려면 단단히 각오하고, 대응할 수밖에 없다. 불굴의 의지와 철저한 준비로 ‘산 넘어 산’을 계속 넘어야 한다.
가장 급한 것은 한반도 정세에 대한 철저한 점검이다. 북한과 러시아는 군사동맹 수준으로 밀착하고 있다. 러시아는 최근 어느 한쪽이 무력 침공을 받아 전쟁상태에 처하면 군사 원조를 제공하고 안보 협력을 심화하는 내용의 북러조약 비준 절차에 돌입했다. 북한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3000명의 병력을 파병했다고 한다. 경의선·동해선 남북 연결도로 일부 구간을 폭파하는 등 대남 위협 수위도 높이고 있다. 트럼프는 이런 북한과 잘 지내는 것은 좋은 일이란 발언을 서슴지 않는다. ‘머니머신’ 발언은 예고편에 불과할 수도 있다. 국가 안보 전략을 근본적으로 다시 짜야 할 수도 있다.
세계경제연구원이 16일 진행한 웨비나(웹 세미나)에서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는 트럼프 당선 시 방위비 분담금, 자동차·반도체 투자, 수출 제한 등 무리한 요구에 나설 수 있다고 했다. 미중 무역 전쟁이 심화하면 한국이 벼랑 끝에 몰릴 수 있다고도 했다. ‘산 넘어 산’ 형세가 구체화할 수 있다는 경고다. 긴장의 끈을 바짝 조여야 한다. 플랜B 혹은 플랜C가 필요할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