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하게 진단한다 하더라도 실제 환자 건강에 영향줄 수 없다면 보험 적용 어려워
“한국에선 건강보험 적용을 받은 의료 인공지능(AI)이 하나도 없습니다. AI가 가치를 인정받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김치원 카카오벤처스 부대표는 17일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 KBIZ홀에서 ‘인공지능(AI), 건강 그리고 미래’를 주제로 열린 ‘2025 테크 퀘스트(2025 Tech Quest)에서 이같이 밝혔다.
새로운 진단기기나 치료법이 의료현장에서 널리 쓰이기 위해선 의료보험 적용 여부가 중요하다. 보험이 적용돼야 싼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질환을 정확하게 진단한다 하더라도 실제 환자의 건강에 영향을 줄 수 없다면 보험으로 적용될 수 없다. 김 부대표는 “피 한 방울로 암을 조기 진단할 수 있다는 뉴스가 나오지만, 실제 의료현장에서 쓰이지 않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을 스크리닝하는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효소면역검사(ELISA)의 경우 민감도는 99.7%, 특이도는 98.5%에 달하지만, 건강검진으로서의 가능성은 크지 않다. 10만 명 검사 시 양성으로 나오는 사람이 1만6000명에 달하지만, 실제 확진자는 1000명가량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국내 6대 암 건강검진 대부분은 나이에 따라서 검진자를 구분하지만, 폐암의 경우 만54세에서 74세 남녀 중 폐암 발병 가능성이 큰 사람으로 제한하고 있다. 김 부대표는 “폐암의 경우 이렇게 제한하는 이유는 대상을 좁혀야 유병률이 올라가서 검사에서 양성이 나왔을 때 의미가 있어서다”라고 설명했다.
미국의 경우 협심증·심근경색 등 심혈관질환을 확인하는 의료 AI 진단이 보험으로 인정받았다. 기존 확진 검사인 심장혈관조영술이 플라스틱관을 동맥 또는 정맥에 삽입해 심장에 도달시켜 조영제를 주사하는 방식으로 위험하고 큰 비용이 들었다. 관상동맥 컴퓨터단층촬영(CT)을 활용하기도 했지만, 정적인 이미지라는 한계를 갖고 있다.
김 부대표는 “해당 의료 AI는 알고리즘으로 혈류의 흐름을 추정해 비용이 비싸고 위험한 검사를 대체할 수 있게 됐다. 미국에서 AI를 활용한 진단법으로 건강보험을 적용받아 쓰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 기업 중에선 ‘루닛’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부대표는 “약효가 나타날 만 한 환자군을 선별해야 하는 면역항암제의 경우 조직에서 떼어낸 유전자를 통해 효능이 있을지 확인해야 했다. 모든 환자에게 잘 들지 않는 면역항암제의 경우 선별하는 게 중요한데, 루닛이 반응 효과를 예측할 수 있는 AI 바이오마커 ‘루닛 스코프 IO’를 개발했다.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