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거대 기술 기업)들이 소형모듈원전(SMR)에 선제적 투자를 하고 있다. 아마존은 16일(현지시간) 도미니언에너지와 버지니아 원전 인근에 300메가와트(MW) 이상의 전력을 확보할 수 있는 SMR 개발 계약을 체결했다. 공공전력 공급 기업인 에너지노스웨스트의 320MW급 SMR 4기 건설 사업도 지원한다. 아마존웹서비스 매트 가먼 최고경영자(CEO)는 “앞으로 수십 년간 에너지를 생산할 새로운 원전 기술의 건설을 장려할 것”이라고 했다.
경쟁사들도 적극적이다. 구글은 미 스타트업 카이로스파워가 가동하게 될 6~7기의 SMR에서 500MW의 전력을 구매하기로 했다. 구글의 첫 번째 원전 계약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지난달 미국 원전 1위 기업인 콘스텔레이션에너지와 데이터센터에 20년간 공급할 전력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콘스텔레이션은 1979년 원전 사고가 발생했던 스리마일섬 원전 1호기의 상업용 운전을 2028년 재개한다. 챗GPT 개발사 오픈AI의 샘 올트먼 CEO가 이사회 의장으로 있는 오클로는 2027년 가동을 목표로 SMR을 개발 중이다.
빅테크들이 원전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자명하다. 24시간 가동되는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에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현실적·실용적 대안이어서다. SMR은 발전용량과 크기가 작아 전력 수요처 인근에 구축하기 유리하다. 대규모 냉각수가 필요 없어 바다 근처에 짓지 않아도 된다. 외부 전원 공급이 중단돼도 중력이나 밀도차 등 자연의 힘만으로 원자로 냉각을 유지할 수 있어 안전성도 높다. 건설 기간 단축, 비용 절감 등 다른 장점도 많다.
잠재력은 무궁무진하다. 세계경제포럼(WEF)은 2040년까지 SMR 시장이 연평균 22%씩 커질 것으로 봤다. 영국 국가원자력연구원(NNL)은 2035년 시장 규모가 400조∼600조 원 수준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새로운 원전 르네상스의 확실한 차세대 주자다. 시장은 초기 단계다. 원전 강국들의 상용화 경쟁이 치열하다. ‘K-원전’에도 기술력 강화와 시장 다변화를 위한 더없는 기회다. 블루오션 개척을 위해 국가 역량을 결집해야 한다.
K-원전 발목을 잡지 못해 안달인 일각의 저급한 행태가 그래서 더 걱정이다. 세계가 부러워하는 체코 원전 건설수주에 대한 도 넘는 비난 세례부터 그렇다. 입법부를 장악한 더불어민주당은 “사기극” 등 막말 공세까지 불사한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최근 유세에서 “안전성이 확보된다면 가동 중인 원전을 멈추거나 재가동을 막을 이유가 없다”고 했다. 그 발언이 진심이라면 K-원전 발목잡기에 확실히 제동을 걸어야 한다.
거대 야당이 국내외 시선도 개의치 않고 K-원전을 저주하는 고사를 지내는 판국에 관련 기업들이 어찌 SMR 기술 개발·인력 확보에 힘쓰면서 국제 경쟁에 뛰어들 수 있겠나. 빅테크발 ‘SMR 르네상스’가 K-원전 희망이 되려면 민주당이 할 것은 따로 있다. 민주당 전임 정권 때 국가와 국민, 그리고 한국전력에 무거운 짐을 안긴 탈원전 폭주에 대한 명확한 반성과 사과다. 그런데 왜 엉뚱한 발목잡기만 하나. 마땅히 할 일은 하지 않고 하지 말아야 할 일만 골라서 하니 정치 혐오증이 증폭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