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상 과실 추정’한 원심판결 파기‧환송
과실과 중한 결과 사이 개연성 담보돼야”
수술 받은 부위에 직접적인 감염이 일어났더라도 수술이 잘못된 결과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수술을 집도한 의사와 병원장을 상대로 의료과실에 의한 손해배상을 청구한 A 씨 사건 상고심에서 “원심 판결 중 피고들 패소 부분을 파기하고, 이 부분 사건을 서울북부지방법원에 환송했다”고 20일 밝혔다.
과거 척추 수술을 한 적이 있는 원고 A 씨는 2018년 3월 허리와 왼쪽 다리 통증을 호소하면서 피고 B 씨가 운영하는 병원을 찾았다. B 씨가 운영하는 병원에 소속된 의사 C 씨는 A 씨에게 추간판 돌출 재발을 진단하고 수술을 권유했다.
허리 수술을 받기 위해 입원한 A 씨는 의사 C 씨로부터 수술을 받고 같은 달 28일 퇴원했는데, 열흘쯤 지난 그 다음 달 7일 고열로 근로복지공단 동해병원과 중앙보훈병원에서 혈액검사 등을 받고 감염 의심 판정을 받게 된다. 혈액검사 결과 엔테로박터 에어로게네스 균이 보고된 것.
B 씨 병원에 다시 입원한 A 씨는 발열이 계속되자 순천향대 서울병원으로 전원 돼 감염 확진을 받고 수술을 받았다. 순천향대 주치의는 ‘척추 내 경막상 농양’으로 최종 진단했다. 이에 A 씨는 의료진의 주의의무 위반으로 인해 감염증 발생 및 악화라는 결과가 발생했다며 의사 B 씨와 C 씨가 공동으로 약 7400만 원의 배상금을 달라고 소송을 제기했다.
1심 법원은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의료진의 감염예방 의무 위반 등에 대한 증명이 없고 증거도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하면서 피고 의사들이 연대해 A 씨에게 2400만 원가량 배상하라고 판시했다. 원심 재판부는 수술 중 직접 감염으로 발생했다고 추정된다는 점 등의 사유를 들어 의료과실을 인정했다. 다만 손해배상 책임을 30%로 제한했다.
대법원은 다시 피고 패소 부분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수술 후 급성 감염은 수술 뒤 1~2주 사이에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원고가 급성 감염 증상 발현시기에 감염증 소견을 보였다 하더라도 이 사건 수술 후 피고 병원에서 퇴원하기까지 별다른 감염 소견을 보이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했다.
대법원은 “원고의 다른 신체 부위에 있던 원인균이 혈류를 통해 이 사건 수술 부위 감염을 일으켰을 가능성을 쉽게 배제하기는 어렵다”면서 “원고의 감염증 발생이 이 사건 수술 중의 직접 감염에 의한 것으로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그러한 사실 자체만을 들어 곧바로 감염 관리에 관한 진료상 과실을 추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환자가 의료과실을 증명하기 어려운 점을 감안해 과실과 인과관계 증명책임을 완화한다고 하더라도 간접 사실들이 과실과 중한 결과 사이의 개연성이 담보돼야 하나, 원심은 이에 대한 판단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설령 감염증 원인이 수술 부위의 직접 감염이라고 하더라도 피고 병원 의료진에게 감염예방 의무를 위반한 과실이 있다고 곧바로 단정할 수는 없다”고 부연했다.
박일경 기자 ek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