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80년대 부랑인 선도·단속 목적으로 운영
운영자 박인근 원장, 최종 징역 2년 6개월 선고
공권력에 의해 강제노역‧폭행 등 가혹행위를 당했던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들에게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또다시 나왔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제20민사부(이세라 부장판사)는 11일 박모 씨 등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 8명이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정부가 이들에게 총 21억1800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법원은 원고들 전체 청구액의 약 65%를 위자료로 인정했다. 2개월~6년 3개월 동안 형지복지원에 수용됐던 피해자들의 위자료는 1300만~5억3000만 원으로 책정됐다.
1960년 형제육아원으로 시작한 형제복지원은 1975년~1987년 부랑인을 단속‧선도한다는 목적으로 운영된 전국 최대 규모의 부랑인 수용 시설이다. 1987년 3월 22일 직원들의 구타로 원생 1명이 사망하고 35명이 집단 탈출하면서 그 실태가 처음으로 세상에 공개됐다. 12년간 약 3만8000명이 입소했으며 확인된 사망자 수는 657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형제복지원 운영자였던 박인근 원장은 1987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횡령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에서 공소사실 전부가 유죄로 인정돼 징역 10년과 벌금 6억8000만 원을 선고받았다. 2심에서는 감금행위 부분이 무죄로 변경돼 징역 4년이 선고됐다. 이후 몇 차례의 파기‧환송심이 이어졌고, 1989년 박 원장은 횡령 등 일부 혐의만 인정돼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원고들은 적법한 법령에 근거하지 않은 채 임의로 형제복지원에 수용됨으로써 신체의 자유와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침해당했다”며 “정부는 원고들에게 그로 인한 정신적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원고들은 수십 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정신적·육체적 후유증으로 고통받고 있고 경제적으로도 취약한 상태에서 생활하고 있다”며 “이 사건 불법행위는 그 위법성의 정도가 매우 중해 유사한 행위가 재발하지 않도록 예방할 필요성이 큰 점 등을 고려해 위자료를 산정했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국가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권의 시효가 소멸됐다”고 항변했다. 다만 법원은 “과거사정리법상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에 해당돼 소멸시효가 적용되지 않는다”며 “정부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앞서 2018년 8월 헌법재판소는 “민간인 집단 희생 사건,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 조작 의혹 사건 등에서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에 소멸시효를 적용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