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자산보호재단' 해결 무리
이용자 자산반환 위한 강제 필요
금융당국이 폐업한 가상자산거래소의 자체 반환에 한계가 있다면서도 이를 자율 규제인 ‘디지털자산보호재단’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모순적 인식을 가진 것으로 파악된다.
23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위원회(금융위)로부터 받은 답변 자료에 따르면 올해 9월 기준 폐업한 가상자산거래소가 돌려주지 않은 고객자산은 179억 원에 이른다. 게다가 사상 첫 가상자산사업자(VASP) 갱신 신고가 진행 중이라 영업 중단 거래소가 늘어날 수 있고, 이에 따라 미반환 자산이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는 상황이다.
하지만 본지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인한 금융감독원의 ‘디지털자산보호재단(재단)’ 관련 답변서에 따르면 당국은 폐업 거래소 자산반환의 현실적 한계가 명확함에도 재단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모순된 인식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은 답변서에서 “영업종료에 따른 이용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법시행 이전부터 ‘영업종료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현장점검 등을 실시했다”면서도 “사업자의 가이드라인 미준수 사례가 지속 발견되고 KYC(고객확인) 미이행 이용자 비중이 높아 자체 반환에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사업자 제출 자료의 낮은 신뢰도 △일부 사업자의 자료 미제출 △거래지원 종료 및 메인넷 폐쇄 가상자산의 가치산정 불가 등을 이유로 미반환 자산의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기도 곤란하다고 밝혔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이용자 자산의 반환 및 관리를 위해 ‘디지털자산보호재단’을 신설하고, 협의를 통해 자율적으로 반환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답변한 것이다. 이에 대해 의원실 관계자는 “(답변한 자체 반환 한계와) 자산을 자율적으로 이전 관리하는 게 말이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대법원 인터넷 등기소에 따르면 ‘디지털자산보호재단’은 지난달 30일 등기가 완료됐다. 재단 이사장은 김재진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닥사) 상임 부회장이 겸임하며, 출자금 5억 원은 닥사가 100% 출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닥사 관계자는 “현재 실무절차를 밟고 있으며, 관련 업무를 어떻게 진행할지는 아직 구체적으로 밝히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업계는 대체로 재단의 설립 및 운영 자체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당국에서 이용자보호를 위해 제시한 방안인 만큼, 가상자산 업계 전체를 위해 충분히 동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 원화거래소 관계자는 “닥사가 원화거래소들의 협의체이긴 하지만, 업계 발전이나 건강한 생태계를 조성하는 차원에서 동참하는 게 맞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다만 법적 강제성 없는 자율 규제로는 실효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관계자는 “당국이 법적으로 모든 걸 규제하기 힘든 상황에서 자율 규제로 하는 것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법적 보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특히 폐업을 결정한 거래소의 경우 사실 업계를 벗어나려는 사업자인 만큼, 결국 강제성이 있는 법적 근거 등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 역시 “분명 재단을 통해 자산을 반환할 폐업 거래소도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필요성은 있다고 본다”면서도 “법적 강제성이 없다 보니, 다양한 이유로 재단에 자산을 이전하는 것을 불리하다고 판단하는 사업자는 참여를 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법적 강제성이 없는 한, 재단은 영업종료사업자에게 협조를 요청할 수밖에 없고, 이로인해 자산 미반환의 책임이 모호해지거나 재단 혹은 닥사로 책임이 전가될 것이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