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이 개발 중인 신약이 잇따라 글로벌 규제기관으로부터 희귀의약품 지정을 획득하고 있다. 상업화 이후 높은 부가가치를 보장받을 수 있단 점에서 희귀의약품 지정은 K바이오의 중요한 성공 지표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는 추세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금까지 10곳이 넘는 국내 기업이 미국과 유럽에서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았다. 아이리드비엠에스, 지아이이노베이션, GC녹십자, 오스코텍, 네오이뮨텍, 보령, HLB, 알지노믹스, 스파크바이오, 에스엔바이오사이언스, 코넥스트 등 규모와 업력도 다양하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희귀의약품 지정(Orphan Drug Designation, ODD)은 환자 수가 10만 명 이하인 질환으로 미충족 의료 수요가 높은 경우 대상이 된다. 지정된 의약품은 개발 과정에서부터 세금 감면과 세액공제 등 혜택을 받는다. 임상 2상을 마친 후 조건부 판매가 가능하며, 시판 후에는 7년간 다른 기업이 같은 적응증에 대한 동일·유사 의약품을 출시할 수 없는 시장 독점권이 부여된다.
유럽은 독점권이 10년으로 미국보다 길다. 독점권은 상업화 이후 기업이 연구·개발(R&D) 투자를 회수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하기에 신약 개발사에 매우 중요한 인센티브다.
일동제약그룹의 신약개발 전문 기업 아이리드비엠에스는 표적단백질분해(Target Protein Degrader, TPD) 분자접착제(Molecular glue)에 대해 위암 치료에 관한 FDA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았다. 분자접착제란 단백질을 자기 자신이나 다른 단백질과 결합시키면서 상호작용을 유도하는 소형 분자를 말한다.
아이리드비엠에스가 개발 중인 분자접착제는 암 유발과 밀접하게 연관된 특정 유전자의 발현을 조절하는 단백질인 사이클린의존성인산화효소12(Cyclin-Dependent Kinase 12, CDK12)를 표적한다. CDK12는 사이클린-K(Cyclin-K)와 복합체를 만들어 난치성 암세포의 성장과 전이 등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회사는 앞으로 안전성평가(GLP) 시험 등 임상시험계획(IND) 신청을 준비해 소화기계 암을 겨냥한 다양한 방식의 항암제로 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다.
코넥스트는 급성 이식편대숙주질환 예방 치료제 ‘CNT101’에 대해 지난달 FDA 희귀의약품 지정을 획득했다. 급성 이식편대숙주질환은 동종 조혈모세포 이식 후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으로, 면역 기관에 영향을 미쳐 면역력이 떨어지면서 예기치 못한 감염을 동반한다. 근본적인 치료방법 없이 1차치료로 스테로이드 요법이 사용되고 있다.
CNT101은 상피세포와 면역세포에 발현하는 톨 유사 수용체5형(TLR5)에 작용하는 재조합 단백질로 방사선 피폭에 따른 급성 방사선증후군 치료제로 개발된 물질이다. 전신방사선조사를 이용하는 조혈모세포이식 과정에서 방사선 독성은 완화시키지만 항암 효과는 유지시켜 급성 이식편대숙주질환 발생을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HLB의 간암신약 ‘리보세라닙’과 ‘캄렐리주맙’ 병용요법은 유럽에서 간암 치료를 위한 희귀의약품에 지정됐다. 현재 미국에서는 허가절차를 진행 중으로, 캄렐리주맙 생산시설에 대한 FDA의 실사를 거친 후 내년 3월 이내에 승인 여부가 판가름날 예정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프레시던스 리서치(Precedence Research)에 따르면 2022년 1540억 달러(약 213조 원) 규모였던 희귀의약품 시장 규모는 2032년까지 연평균 12.2%의 빠른 속도로 성장해 2032년 4847억 달러(약 699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