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새 행동주의 펀드의 활동이 지속 증가 추세에 있다.
영국 데이터 분석기관 인사이티아에 따르면 행동주의 펀드의 목표물이 된 국내 기업의 수는 2017년 3곳에서 2019년 8곳, 지난해엔 77곳으로 3년 새 약 10배 급증했다.
한국경제인협회는 몇 년 새 계속 이어지고 있는 지배구조 규제 정책이 강화되고 있고, 이사의 충실의무 확대, 집중투표제 의무화 등 앞으로도 이런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런 지배구조에 대한 규제 움직임 강화는 행동주의 펀드들이 급증할 수 있는 여건을 지속 마련해주고 있다.
소액주주와 일반 국민이 행동주의 펀드를 대기업에 맞서는 ‘선’으로만 생각하는 것도 행동주의 펀드에는 호재가 됐다. 하지만 행동주의 펀드는 결국 소액주주들을 위한 구세주라고만 보기엔 힘들다는 게 문제다.
모든 펀드의 궁극적인 목표는 돈을 버는 것이다. 행동주의 펀드들도 오너가·대주주를 상대로 지배구조 개선, 배당금 확대 등을 요구하는 것은 이를 통해 주가를 부양, 단기간에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행동주의 펀드들은 자신들의 궁극적 목표인 시세차익보다는 주주 이익을 위한 행동을 한다는 태도를 취할 때가 많다. 하지만 이런 공격을 받은 기업들은 되려 고용을 줄이고, 투자도 줄이는 등 장기적으로 볼 때 이득이 된다고 보기 어려운 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많다.
국내 시장에서도 행동주의 펀드의 개입으로, 관련 회사들의 단기간 주주 배당이 늘고 주가도 상승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것이 결국 장기적으로는 손해로 이어지거나 주가 되돌이표로 결말이 나는 경우가 많았다.
펜실베이나 대학 연구진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행동주의 펀드가 목표로 삼은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 대비 첫 1년간 약 7.7% 주가가 상승했다. 하지만 4년 뒤에는 4.9%, 5년 뒤에는 9.7%가 하락했다고 한다. 이와 함께 행동주의 펀드에게 압박받는 기업은 5년 이내에 직원 7%, 연구개발(R&D) 예산은 9% 이상 삭감하는 등 미래 대비에 소홀해지는 모습도 보였다고 한다.
국내에서도 행동주의 펀드들이 회사를 시끄럽게 만들고 단기간 큰 수익을 올리고 곧바로 떠나는 경우가 빈번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국내 행동주의 펀드들의 경우 대부분 주주 서한을 보내 주가가 상승하면 보유 주식을 매도하는 전략을 구사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나 대주주들이 주가 저평가에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가 하루 이틀 나온 것이 아니기에, 소액주주들은 행동주의 펀드의 제안에 솔깃할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행동주의 펀드들의 주장이 근본적인 회사 성장과 장기적인 주주 이익에는 대치되는 거위의 배를 가르자는 주장이 아닐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