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심에 팬들과 함께 보자'고 시작
트래픽 늘고 광고수익…범죄 빠져
"저작권 올바른 인식 교육 늘려야"
어둠의 경로를 통해 웹툰을 즐기는 독자들과 불법 사이트 운영자의 상당수는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독자들은 불법인지 인식하지 못한 채 불법 감상을 넘어, 불법 유통에 가담하기도 한다. 또 당초 수익을 내겠다는 악의적인 동기로 저작권을 무시한 채 불법 유통을 자행하는 운영자들도 있지만, 단지 웹툰을 사랑하는 마음에 웹툰을 많이 읽고 널리 공유하려는 의도로 불법 유통에 발을 들인 경우도 있다.
23일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웹툰 구독자 10명 중 6명은 웹툰을 불법으로 감상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불법 이용 유형으로는 ‘인터넷 카페, 블로그 SNS 등을 통해 이용’이 29.7%, ‘만화웹툰을 공유해주는 유튜브를 통해 이용’이 27.5%로 높게 나타났다.
웹툰에 대한 불법성 인식 또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친숙하게 이용하는 SNS나 블로그, 인터넷 카페 등에 올라와있는 웹툰을 불법으로 인지하는 비율은 10명 중 4명도 되지 않았다. 웹툰을 공유해주는 유튜브를 통한 감상을 불법으로 인식하는 비율 역시 39.3%에 그쳤다. 친구나 주변인에게 메시지를 통해 공유 받아 이용하는 것을 불법으로 인지하는 비율은 48.4%였다.
이같은 낮은 저작권 인식은 해적 사이트의 횡행을 부추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불법유통 대응팀 피.콕(P.CoK)이 웹툰 불법 사이트 운영자와 독자 등 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심층 인터뷰에서 A 씨는 본인이 진행하고 있는 무단 복제가 “불법 유통인지 몰랐다”고 답했다. 웹툰에 대한 애정만 있고, 저작권에 대한 인식은 부족해서 불법 사이트를 개설하게 된 것이다.
A 씨는 피콕팀과의 심층 인터뷰를 통해 무단복제가 불법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즉각 폐쇄 조치에 돌입했다. 그는 자신이 만든 웹사이트 배너에 “본 사이트에서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작품은 더 이상 불법 번역하지 않을 것이며, 정식 사이트에서 소비하자”는 슬로건을 게재했다. 해당 문구가 웹사이트 방문자들에게 실시간으로 노출되면서 A 씨 뿐만 아니라 이용자들 역시 올바른 저작권 인식을 갖게 됐다.
저작권에 대한 인식 부족이 불법 유통을 키웠다고 업계는 입을 모은다. 한 웹툰 플랫폼 관계자는 “해외에 론칭되지 않은 국내 작품을 번역해서 유통하는 해외 사이트들을 보면 처음에는 팬심에 ‘현지 팬들도 함께 보자는’ 마음으로 시작한 경우가 많다”면서도 “그러나 사이트를 운영하다보니 트래픽이 늘고, 광고를 붙이니 수익이 생기는 것을 직접 경험하며 더 큰 범죄에 빠지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독자들이 저작권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가질 수 있는 교육의 기회가 늘어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범강 웹툰산업협회장은 “사실상 불법 복제를 일삼는 유통업자들을 잡는 것보다 더 근본적이고 더 실리적인 해결 방법은 보지 않는 것”이라며 “불법 복제물을 보게 되면 독자들이 더 좋은 작품과 더 다양한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잃게 될 수 있고, 독자들이 응원하는 작가들이 작품을 포기하고 좌절하는 일이 될 수 있다는 등의 저작권에 대한 인식을 심어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