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진 삼프로TV 이코노미스트
경기침체를 불러온 또 다른 요인은 자산 인플레이션이었다. 2000년과 2008년 경우는 주식이나 집값 과열 이후 이들 자산시장이 무너지면서 역대급 경기침체가 왔다. 실물이든 자산 측면이든, 혹은 양쪽 모두이든 간에 물가가 높으면 중앙은행이 뒤늦게 금리를 아무리 내려도 경기침체를 피하기 어려웠다.
지금 세계경제는 실물 인플레이션의 위험에서는 벗어나 있다. 올해 3% 가까운 성장이 예상되는 미국조차도 9월 물가가 2.4%로 낮아져 일단 안정권에 있다. 하지만 이제 남은 것은 자산 인플레이션 향방이다. 아직 여러 나라의 증시와 일부 국가의 부동산 시장은 여전히 과열되어 있기 때문이다.
만약 이들 자산시장을 지지하고 있는 기업이익이나 실물경기, 가계소득 등 펀더멘털 요인이 약해질 경우, 자산가격 하락이 실물경제를 끌어내릴 위험이 잠재되어 있다. 미국을 제외한 대다수 국가의 실물경기는 이미 약해졌고 그에 따라 물가안정과 금리인하에 힘입어 자산시장이 아직 버티고는 있지만 만약 자산시장이 힘을 잃는다면 그로 인해 경기도 추가로 약해지는 악순환이 우려된다.
사실 세계증시를 이끌고 있는 미국기업들의 이익과 주가는 점점 더 그 괴리가 벌어지고 있다. 물론 현재 S&P500의 PER(주가수익비율) 22배가 지금 당장 주가 폭락을 부를 정도로 황당한 밸류에이션은 아니고 기업이익도 증가 추세이므로 주가의 약세 전환 변곡점을 예단하는 것은 무리다. 다만 만약 주가가 여기서 한 단계 더 올라가면 밸류에이션 부담이 증폭되는 건 사실이다.
즉 경제에 무슨 큰 일이 생겨서 경기침체가 온다기보다는 증시가 스스로 꺾이면서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비단 미국뿐 아니라 현재 경제 내부에 어떤 자산가격 과열이 존재하고 있다면 그 나라는 앞으로 그게 화근이 되어 경제가 더 어려워질 위험을 내재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
경제는 살아 있는 생물체라서 작은 상처가 전체 경제를 어렵게 만들기도 하고 특히 눈에 보이는 자산가격이 요동을 칠 때면 보이지 않던 위험이 본색을 드러내기도 한다. 지금 미국경제는 잘나가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경제의 피로도 또한 높아지고 있음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고용시장의 수요와 공급은 이제 서서히 균형을 맞춰가고 있고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한계기업들도 밑에서 늘고 있으며 장기금리 상승으로 소비자들의 신용 부담이 커지고 신용카드 연체율도 올라가는 추세다.
대개 증시가 좋을 때는 이런 점들이 무시되다가 주가가 약세로 기울면 새삼 이런 점들이 더 크게 보이고 이로 인해 투자와 소비심리도 악화되는 경향이 있다. 물론 거듭 강조하지만 미국 기업들의 이익은 아직 양호한 편이라서 당장 경제와 증시가 본격 침체로 향하는 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주가가 더 오른다면 그 위험은 커질 수밖에 없다. 결론적으로 자산가격이 오를수록 거기에 취하기보다는 시장을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균형 감각이 중요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