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패션, 업황 부진 속 K패션 힘 보태는 기업과 대조적
침체된 소비심리에 직격탄을 맞은 패션업계. 그럼에도 일부 주요 패션 대기업은 위기 속 신진 브랜드 육성과 상생을 통해 미래 준비에 힘쓰고 있다. 반면 재계 1위 삼성그룹 계열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이미 검증된 해외 신명품 브랜드 모시기에만 혈안이 돼 대조적이다.
25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패션 대기업은 올 2분기 전반적으로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신세계백화점 계열 신세계인터내셔날(신세계인터)은 2분기 매출 3209억 원으로 전년보다 4% 줄었고, 영업이익은 133억 원으로 27% 줄었다. 또한 코오롱인더스트리 FnC부문(코오롱FnC)은 2분기 매출 3266억 원, 영업이익 161억 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 6% 감소했다.
반면 삼성물산 패션부문(삼성패션)은 2분기 매출 5240억 원을 기록, 전년보다 2.1% 감소하며 선방했다. 영업이익도 타사보다 훨씬 높은 520억 원을 기록했다. 다만 전년대비 8% 줄었다. 이들 3사 모두 고물가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을 부진의 이유로 꼽았다.
그럼에도 이들은 부진한 실적을 타개하는 데 있어 각기 다른 타개책을 보이고 있어 눈길을 끈다. 신세계인터 코오롱FnC는 비용 투자를 감수하고 신진 브랜드 투자 및 발굴을 통해 전반적인 시장 상생에 무게추를 두고 있다. 위기 속에서도 ‘K패션 살리기’에 힘을 보태기 위해서다.
신세계인터가 전개하는 신세계톰보이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과 함께 신진 디자이너 발굴과 육성을 위한 ‘액셀러레이팅 F(Accelerating F) 데모데이’를 진행하고 우수 브랜드를 선정했다. 액셀러레이팅 F는 글로벌 패션 시장에 진출할 신진 디자이너를 후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소규모 유망 브랜드가 사업을 구체화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하며 스타트업처럼 육성하는 것이 목표다. 신세계톰보이 관계자는 “성장 가능성이 큰 신규 브랜드 발굴과 적극적인 투자, 자체 브랜드의 글로벌 시장 확장으로 신성장 동력을 마련해나가겠다”라고 했다.
코오롱FnC는 디자이너 브랜드 ‘포스트 아카이브 팩션’(PAF, 파프)에 대한 전략적 투자에 나선다. 국내 신흥 디자이너 임동준이 이끄는 파프는 테크웨어 기반의 해체주의 디자인이 특징이다. 코오롱FnC는 파프가 한국을 대표하는 디자이너 브랜드로 클 수 있다고 판단, 과감한 투자를 결정했다. 코오롱FnC 관계자는 "‘패션 명가’ 자산을 바탕으로 확장성을 발휘할 수 있는 신규 브랜드에 대한 투자를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패션기업들이 신진 브랜드·디자이너에 투자하는 이유는 상생과 마니아층 등 소비자 다변화를 위해서다. 신세계인터 관계자는 “신진 브랜드에 투자하는 이유는 상생 목적이 가장 크다”라며 “패션 대기업으로서 새로운 브랜드를 발굴·투자해 함께 성장하는 선순환을 만들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비용 투자를 감수하고 신생 브랜드를 지원해 K패션 생태계의 동반성장을 꾀한다는 설명이다.
반면 양사에 비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압도적으로 높은 삼성패션은 상생보다는 외형 확장에 방점을 찍었다. 일명 ‘신명품’ 유행을 주도, 수입 디자이너 브랜드 띄우기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삼성패션은 감각적인 디자인의 수입 디자이너 브랜드로 신명품으로 분류되는 △아미 △메종키츠네 △자크뮈스 등을 전개하고 있다.
이에 반해 국내 신진 브랜드·디자이너 대한 투자는 박한 편이란 게 업게 중론이다. 일각에서는 “삼성은 되는 브랜드에만 힘을 준다”는 비판도 나온다. 패션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패션은 유행 중인 신명품, 수입 브랜드를 타사보다 빨리 가져오는 전략인데, 최근엔 해외 브랜드의 한국 직진출 사례도 많아져 수입 브랜드 의존이 길어지면 독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비판에도 삼성패션은 앞으로도 신명품에 초점을 맞춰 외형을 확대한다는 입장이다. 삼성패션 관계자는 위기 타개책에 대해 “편집숍 중심으로 신명품 브랜드를 지속발굴하고 콘텐츠를 활용해 젊은 층과 소통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