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이민 반대’ 머스크, 알고 보니 미국서 가장 성공한 ‘불법 체류자’”

입력 2024-10-27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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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원 중퇴 후 불법 체류 신분으로 회사 창업
불법 체류 인정 않고 ‘반이민’ 트럼프 지지 선언
바이든 “분명히 법 위반해”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왼쪽) 전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 팜쇼에서 연설하고 있는 가운데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춤을 추면서 현장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버틀러(미국)/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대통령선거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면서 ‘반(反)이민 정책’에도 적극적으로 찬성하고 있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과거 불법 체류자 신분이었다는 폭로가 나왔다.

26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의 머스크가 스타트업 집투(Zip2)를 설립할 당시 미국에서 불법 거주했다고 보도했다.

WP에 따르면 머스크는 1995년 스탠퍼드 대학원에 다니기 위해 캘리포니아주 팰로앨토에 거주했지만, 대학원 과정에 등록하지 않았다. 대신 그 기간 불법 이민자 신분으로 체류하며 회사를 창업했다.

미국 이민법 상 외국인이던 머스크가 학생으로서 유효한 취업 허가를 받으려면 대학원 정규 과정에 등록했어야 했다. 하지만 머스크는 대학원 학기 시작 이틀 만에 중퇴했다. 유효한 취업 비자 없이 미국에서 불법으로 자신의 스타트업 집투를 가꿔온 셈이다.

애덤 코펜 이민 전문 변호사는 “머스크가 학생으로서 취업 허가를 받으려면 스탠포드에서 정규 과정을 이수해야 했다”며 “학교에 가지 않았다면 명백한 위법 행위”라고 진단했다. 또 다른 이민 전문 변호사는 “머스크와 같은 외국인 학생들은 급여를 받지 않더라도 회사를 차리기 위해 학교를 중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당시 집투 이사회 멤버였으며 현 CEO인 데릭 프라우디안은 “머스크의 당시 이민자 신분은 미국에서 회사를 운영하는데 합법적이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이어 “투자자들이 창립자가 추방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공론화되지 않았다”며 “지금이라도 그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머스크가 불법 체류하며 운영했던 회사는 현재 ‘성공 가도’의 발판이 됐다. 1999년 머스크는 자신의 스타트업 집투를 약 3억 달러(4717억 원)에 매각했다. 이 돈을 밑거름 삼아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초기 투자자이자 회장이 되었고, 민간 우주개발기업 스페이스X도 창업했다. WP는 머스크가 미국에서 가장 ‘성공한 이민자’라고 평가했다.

한편 머스크는 자신의 이민 신화를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불법 체류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앞서 2020년 머스크는 “스탠퍼드 중퇴 후 학생ㆍ근로 비자를 받았다”며 “합법적인 체류였다”고 주장했다. 다만 미국에서 이민 기록은 공개되지 않기 때문에 당시 머스크의 법적 지위를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머스크가 불법 체류했다는 사실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공약과도 상충한다. 트럼프는 “불법 이민자들이 미국에서 범죄를 저지른다”며 ‘강경 이민 정책’을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앞서 7월 머스크는 트럼프를 향한 공개 지지를 표명하면서 트럼프의 슈퍼팩(Super PAC·정치자금 모금단체)인 ‘아메리카 PAC’에 거액을 기부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서 열린 행사에서 “트럼프 지지 의사를 밝힌 머스크가 실제로는 불법 이민자로 생활했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머스크가 학생비자로 왔을 때 학교에 있어야 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며 “분명히 법을 위반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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