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 많아 수요 기대 못 미칠 수도
퇴직연금 실물이전 서비스 개시를 앞두고 금융권의 기대가 높지만 의외로 효과가 미미할 수 있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실물이전 과정에서 제약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당초 퇴직연금 실물이전은 이달 15일 시행 예정이었으나 31일로 미뤄졌다. 일부 사업자들의 시스템 준비가 늦어지면서 시행일에 맞춰 참여가 어렵다는 입장을 전달하면서다. 실제 사업자마다 전산 및 데이터 교환 시스템 등 준비 차이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시행을 앞두고 추가로 더 준비하기보다는 테스트에 바쁜 상황”이라며 “준비를 많이 한 회사와 그렇지 않은 곳간에 격차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회사는 아예 다음 달이나 내년 초로 서비스 시행을 미뤘다.
지난해 초부터 고용노동부, 금융당국과 함께 서비스 도입을 준비를 해왔음에도 시스템 구비가 늦춰진 데에는 현실적인 여건과 더불어 일부 사업자들의 부정적인 태도도 작용했다.
한 금융업권 관계자는 “아무것도 제대로 준비가 안됐기 때문에 (실물이전이) 엎어졌으면 하는 회사도 있었다”며 “그런 곳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라고 귀띔했다.
일각에서는 실물이전 서비스 시행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전 요건에 대한 제약이 큰 데다 고객 수요도 기대에 못 미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실물이전 수요가 있는 고객은 기존 은행 확정기여(DC)형 가입자 중 증권사 DC 계좌로 옮겨 적극적으로 운용하고자 하는 경우일 것”이라며 “회사에서 수요자가 원하는 회사의 DC형 계좌를 개설해줄지 의문”이라고 털어놨다.
같은 유형 계좌이고, 동일한 상품 라인업이 있어야만 실물로 이전할 수 있다는 제약도 있다. 가령, 확정급여(DB)형과 DC형, 개인형 퇴직연금(IRP)은 각각 같은 유형 상품으로만 실물이전이 가능하고, 같은 유형이더라도 이동하려는 사업자가 기존 계좌의 상품을 취급하지 않으면 현금화한 뒤에 이전해야 한다. 투자상품 간의 교집합이 있어야만 가능한 셈이다.
또 다른 금융업계 관계자는 “제약이 적지 않아 실물이전이 많지는 않을 것 같다”며 “수수료 경쟁이 있을 수 있으나 이미 하향 평준화 상태”라고 했다.
실물이전 보다 국민연금공단(NPS)의 퇴직연금 시장 진출에 더 촉각을 둬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기금화 논의가 확대하며 거대 공룡인 NPS를 포함한 전문 운용조직이 참여할 가능성이 불거지고 있기 때문이다. 관련 법안이 국회에서 발의된 가운데 최근 은행연합회·생명보험·손해보험·금융투자협회 등은 국회와 정부 부처에 NPS의 퇴직연금 사업자 참여 반대 입장이 담긴 의견서를 제출한 상태다.
금융업권 관계자는 “(NPS의 퇴직연금 사업 진입은) 파이를 키우는 것이라고 하지만, 기존 사업자는 뺏길 수밖에 없는 입장”이라며 “집합 확정기여형(CDC) 방식으로 운용하는 NPS 특성상 실물이전이 불가능한데, 이는 해당 서비스를 추진한 정부 입장과 상충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