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살률 1위 국가’ 꼬리표를 떼기 위해 적극 나선다. 관리 대상을 중증질환자에서 ‘초기 의심자’로 넓혀 마음의 병이 깊어지기 전에 선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동(洞) 단위로 안전망을 구축하고 관계기관 협력을 강화해 고위험군 발굴 및 맞춤형 지원도 늘린다. 이를 통해 2030년까지 서울시민 자살률을 절반으로 줄여 OECD 평균 수준까지 낮춘다는 계획이다.
28일 서울시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자살예방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21일 내놓은 ‘고립은둔종합대책-외로움 없는 서울’ 후속 1탄으로, 자살을 사회적 책임으로 인식하고 선제적 예방 및 실효적 관리 방안을 마련한 게 핵심이라고 시는 설명했다. 투입 예산은 2026년까지 916억 원이다.
김태희 서울시 시민건강국장은 “한국이 10년 넘게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를 하고 있다”며 “다른 국가들도 빈부 격차가 있고, 정신건강 문제가 있는데 한국이 유독 높은 건 자살을 개인의 책임으로 볼 것이냐 사회 책임으로 볼 것이냐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의 정신건강 관련 예산이 주요 선진국 대비 16% 수준에 불과한 이유도 이런 인식 차이에서 나온다”며 “인식을 개선하고 안전망을 강화하면 충분히 성과를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서울 시민 자살률은 갈수록 늘고 있다. 지난해 10만 명당 자살률은 23.2명으로, 2015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국 평균(27.3명)보다는 낮지만 OECD 국가 평균(10.7명) 대비 2배 이상 높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서울시민들의 정신 건강에 적신호가 두드러진다. 서울시민 2명 중 1명은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고, 지난 3년간 우울감 경험률도 6.5%에서 8.4%로 상승했다. 김태희 국장은 “특히 취약계층 중심으로 정신 건강 회복이 느리고 고위험군도 늘고 있다”며 대책 필요성을 역설했다.
서울시의 이번 계획은 인프라 강화와 지역 밀착형 네트워크 구축이 골자다. 우선 일반 시민들의 정신건강 서비스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인프라를 확충한다. 김 국장은 “즉각 대응 가능한 서비스가 미흡한 상황”이라며 “그동안 공공 서비스는 중증 질환자 중심으로 관리되다 보니 일반 시민들은 상태가 악화된 후 병원을 찾는 일이 많다”고 말했다.
이에 서울시는 24시간 자살예방상담 마음이음 상담전화 인력을 현재 12명에서 2026년까지 30명으로 늘린다. 현재 자살예방 상담의 경우 인력 부족으로 상담 응대율이 55%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를 내년 80%, 2026년 이후 90%이상 유지한다는 목표다. 민간 전문심리상담도 2024년 2만 명에서 2027년 10만 명으로 늘리고, 1인 1회당 8만 원을 지원한다. 현재 9개 자치구(11개소)에서 운영 중인 ‘마음상담소’는 2026년까지 전 자치구 27개소로 확대한다.
지역 특성을 고려한 ‘서울형 자살예방 통합모델’도 구축한다. 자살률 높은 지역, 1인가구·알콜중년·취약계층 밀집지역 중심으로 ‘동행촌 생명존중 마을(가칭)’을 지정한다. 동네 병·의원과 협력해 자살 고위험군을 초기에 발굴하고 상담도 연계한다. 김 국장은 “자살 예방은 현장에서 관리가 중요한데 그동안 정책은 하향식으로 진행된 경우가 많았다”며 “지역밀착형 자살 예방 모델은 서울시가 처음 시도하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