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태ㆍ샘표도 지난해 이어 낮은 점수…지속가능경영 개선 필요성
최근 한국ESG기준원(KCGS)에서 2024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등급을 발표한 가운데 주요 식품 상장사가 최하위 등급을 받았다. 해태제과식품, 교촌에프앤비, 샘표식품은 지난해에도 낮은 점수를 받았는데, 올해 개선된 모습을 보이지 못해 주주가치 훼손이 우려된다.
30일 한국ESG기준원에 따르면 2024년 ESG 평가 종합등급에서 해태제과식품, 교촌에프앤비는 최하위 등급인 D등급을, 샘표식품은 C등급을 받았다.
한국ESG기준원은 국내 대표 ESG 평가 기관이다. 매년 국내 기업의 ESG 수준을 평가해 등급을 공표해 기업의 지속가능경영을 유도하고 자본시장 참여자들이 기업의 ESG 수준을 인지하도록 지원한다. 올해 평가는 1001개의 상장회사와 비상장 금융회사 65개사를 포함 총 1066개 기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ESG 등급은 S부터 D등급까지 7개 등급으로 나뉜다. D등급은 환경, 사회, 지배구조 모범규준이 제시한 지속가능경영 체계를 거의 갖추지 못해 비재무적 리스크로 인한 주주가치 훼손이 우려된다는 의미다.
프랜차이즈 유일 상장사인 교촌에프앤비는 ESG 관리체계가 매우 취약하다는 평가로 D등급에 선정됐다. 교촌에프앤비는 지난해 종합평가 C등급을 받았는데, 올해 D등급으로 평가가 떨어졌다. △환경 D등급 △사회 D등급 △지배구조 C등급을 받았는데, 이는 모든 영역에서 지난해보다 한 단계 낮은 점수다.
교촌에프앤비는 치킨 프랜차이즈 교촌치킨을 운영하면서 가맹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그동안 외형 확대와 가맹점 수익성 관리에 집중해왔다. 2022년 12월 권원강 창업주가 회장으로 복귀 후 ESG 경영을 강조했지만, 오히려 지난해보다 평가가 더 안 좋아졌다. 최근 ESG 경영에 집중을 시작한 만큼 성과가 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 회사의 설명이다.
교촌에프앤비는 환경 부문을 중심으로 ESG 경영 개선에 총력을 다한다는 입장이다. 교촌에프앤비는 2022년 포장재 자회사 케이앤엘팩을 설립했다. 교촌치킨 포장박스뿐 아니라 타 기업의 과일 포장재 등에 사용되는 친환경 종이 포장재를 개발한다는 목표다. 향후 전국 가맹점에서 사용하는 교촌치킨 포장재로 모두 펄프몰드 패키지로 전환할 방침이다.
교촌에프앤비 관계자는 “내년 친환경 포장재 공장이 완성될 예정으로 앞으로 ESG 경영 개선을 위해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해태제과식품은 △환경 D등급 △사회 C등급 △지배구조 D등급으로 지난해에 이어 종합평가 D등급을 받았다. 2023년과 환경, 사회, 지배구조 등급이 같아 개선점이 없었다.
앞서 한영회계법인은 해태제과식품의 제22기(2022년 1월~12월) 사업보고서를 통해 “회사의 지배기구는 과거에 발생한 부정에 대해 2023년 2월에 진행된 부정조사 과정에서 감독기구로서의 역할을 적절히 수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회사의 지배기구에 대한 적격성과 독립성 평가가 효과적이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해태제과식품 측은 “평가 기준에 다소 의문점이 있지만, 향후 ESG 경영 개선에 노력을 경주할 것”이라고 밝혔다.
샘표식품은 △환경 C등급 △사회 B+등급 △지배구조 D등급으로 전체 C등급으로 평가됐다. 사회부문은 B에서 B+로 올라섰지만, 나머지 등급 변동이 없어 종합 C등급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샘표식품의 취약점은 D등급을 받은 지배구조다. 샘표식품은 이사회 수가 적어 제대로 기능하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2024년 상반기 기준 샘표식품의 이사회는 3인의 사내이사, 1인의 사외이사로 구성돼 있다. 박진선 대표이사, 이생재 사내이사, 이영진 사내이사, 정명섭 사외이사가 이름을 올렸다.
이사회는 회사의 업무집행에 관한 의사결정 및 이사의 직무집행을 감독할 권한을 갖는 이사 전원으로 구성된 주식회사의 필요상설기관이다. 상법상 주식회사의 이사는 3명 이상이어야 한다. 한국ESG기준원에 따르면 이사회의 주요 기능은 경영 감독인데, 샘표식품은 최소한의 이사만을 선임하고 있어 견제 역할 수행이 쉽지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대해 샘표식품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바꿔 나갈 수 있는 부분을 지속해서 검토하고, 순차적으로 개선해 나갈 계획”이라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는 ESG 경영 활동을 지속해서 이어가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