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경 총괄사장, 신세계 회장 승진…백화점·이마트 계열 분리
사업 다각화로 경영 능력 입증
13년 만에 독자체제 공식 출범
정용진 회장 취임 후 첫 정기인사
'신상필벌' 인사 원칙 재확인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이 회장으로 승진하면서 신세계그룹의 계열 분리가 본궤도에 올랐다. 2011년 이마트와 백화점을 두 개 회사로 나눈 신세계그룹이 13년 만에 계열 분리를 공식화 한 건 이른바 ‘남매경영’이 성숙기에 들어선 결과로 풀이된다.
30일 신세계그룹에 따르면 2025년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정유경 신세계 총괄사장이 9년 만에 신세계 회장으로 승진했다. 이로써 정유경 회장은 백화점 부문을 진두지휘하게 됐다.
그동안 줄곧 장자 승계를 해온 '범삼성가'의 신세계그룹에서 백화점 부문이긴 하지만 딸에서 딸로 승계가 이뤄진 점은 유의미하다는 게 재계의 평가다. 이명희 신세계그룹 총괄회장은 고(故) 이병철 삼성 회장의 막내딸이자 고 이건희 회장의 동생이다. 1991년 삼성그룹에서 백화점을 운영하던 신세계를 갖고 나와, 굴지의 유통그룹사로 키웠다. 1997년 공정거래법상 삼성그룹과 완전계열 분리됐다.
정유경 회장의 이번 승진은 어머니 이명희 총괄회장에게 자신의 역량을 충분히 입증했기에 가능했다. 1972년생인 정 회장은 1996년에 조선호텔 상무로 입사하 이후 백화점을 중심으로 꾸준히 사업을 다각화 했다. 신세계면세점, 신세계인터내셔날, 신세계까사까지 영역을 확장해왔다. 또 한번 신임하면 끝까지 믿고 맡기는 인재등용 원칙도 어머니를 꼭 닮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 회장의 승진은 신세계그룹 계열 분리가 본궤도에 진입했음을 의미한다. 신세계그룹은 오랜 시간 이 총괄회장의 장남 정용진 회장을 중심의 3세 경영 체제를 유지하다, 2011년 이 총괄회장이 이마트와 백화점을 2개 회사로 나누면서 경영체제를 변경했다. 정용진 회장은 이마트를, 정유경 회장은 백화점을 각각 맡아, 이른바 ‘남매경영’의 닻을 올렸다.
2019년에는 계열 분리 전초 작업을 위해 이마트와 신세계가 지주사 역할을 하도록 백화점부문과 이마트부문을 신설, 계열사를 양분하는 구조를 만들었다. 신세계그룹이 이날 정 회장의 승진과 함께 13년 만에 계열 분리도 공식화했다. 그만큼 ‘남매경영’이 성숙기에 들어섰다는 판단에서다. 작년 기준 신세계그룹 총매출은 71조 원을 돌파했다. 특히 정유경 회장이 이끄는 신세계백화점의 강남점은 지난해말 국내 백화점 최초로 3조 매출의 벽을 깼다.
신세계그룹 계열 분리가 공식화되면서 이 총괄회장이 보유한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 각 10%의 향방에 관심이 쏠린다. 이마트와 신세계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정용진 회장은 이마트 지분 18.56%, 정유경 회장은 신세계 지분 18.56%를 보유 중이다. 이 총괄회장이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을 각각 10%씩 보유해 양사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 업계는 남매경영의 균형을 깨지 않기 위해 두사람에 균등히 증여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신세계백화점은 저성장 업황에도 안정적으로 고수익 사업에 집중하고, 이마트는 하이리스크·하이리턴(고위험·고수익) 비즈니스 모델이 됐다”면서 “따로 갈 때 더 위험도가 낮기에 신세계그룹의 존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계열분리가 최선책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이날 인사는 정용진 회장이 올해 3월 회장 승진 후 처음 단행한 정기 임원인사란 점에서 이목이 쏠렸다. 정 회장은 확고한 친정 체제를 구축한 것은 물론 '신상필벌'의 인사 원칙을 다시 한번 분명히 했다. 한채양 이마트 대표이사는 사장 승진하되, 이마트와 신세계프라퍼티, 스타벅스를 운영하는 SCK컴퍼니 외 계열사 대표들을 물갈이 하며 인적쇄신을 했다. 아울러 겸직 대표 체제도 해소했다. 실적 면에서 계열사 간 협업 시너지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결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