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채 투자’ 美 ETF에 1655억 몰렸는데
경제 호조·트럼프 트레이드로 국채 가격↓
한은 “트럼프 당선 시 0.43%P 더 오를 것”
최근 미국의 채권 금리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가운데 금리 인하를 기대하고 채권에 투자한 개미(개인 투자자)들이 긴장하고 있다. 미 경제 지표 호조, 트럼프 트레이드 현상 등 국채 금리가 오를 수 있는 요인이 많아지면서 수익을 보기까지 당분간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30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국내 투자자가 미국 증시에서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디렉시온 데일리 만기 20년 이상 미국 국채 3X(TMF)’다.
이는 미국 장기채 하루 수익률의 3배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로 순매수 금액은 1억1882만 달러(1644억 원)에 달한다.
금리 인하를 기대한 투자자들이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4년 반 만에 금리인하를 단행하고, 한국은행도 이달 약 3년 만에 피봇(통화정책 전환) 대열에 합류하면서 채권 금리도 계속 내릴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채권 가격은 금리와 반대로 움직여 금리가 하락하면 가격이 오르고 금리가 상승하면 가격이 내린다. 금리 인하기에 채권을 매수하면 시세차익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미국 국채금리가 다시 오르기 시작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채권 가격이 떨어진 만큼 투자자의 수익 실현도 요원해지면서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28일(현지시간) 10년물 미 국채 금리는 연 4.274%로 지난 7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달 초 미 국채 10년물 최저 금리가 3.743%임을 고려하면 한 달도 안되는 기간에 금리가 치솟은 것이다.
미국 장기채에 투자하는 국내 ETF의 수익률도 하락하고 있다. ‘TIGER 미국30년국채커버드콜액티브(H)’의 이날 기준 종가는 9000원으로 지난달 말 대비 6.7% 내렸다. ‘ACE 미국30년국채액티브(H)’의 수익률도 6.6% 내렸다.
미 국채 금리가 급등한 이유는 연준이 금리 인하를 서두르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힘을 받고 있어서다. 9월 미국 소매판매가 예상치를 웃도는 등 미국 경제가 견고하다는 호조 지표가 잇달아서다. 또 다음 달 진행될 미 대선에서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커지는 등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 전개되는 것도 채권 가격을 떨어뜨리는 요소다.
일각에서는 미국채 금리가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트럼프 후보가 재정적자 확대 공약을 내세운 가운데 당선 후 국채 발행이 늘어나면 금리가 앞으로도 올라갈 수 있어서다.
한국은행 뉴욕사무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되고 공화당이 의회 선거에서도 상하원을 모두 장악할 경우 미 국채 10년물 금리가 향후 10년간 최대 43bp(1bp=0.01%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