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대출금리 관련 불만 민원
주담대 민원 113건…44.9%↑
올해 3분기 은행 대출 민원이 4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정부가 가계부채 조이기에 나서자 은행들이 줄줄이 대출금리를 올리면서 소비자 불만이 급증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4일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여신 관련 민원 건수는 올해 3분기(누적) 기준 389건으로 전년 동기(271건) 대비 43.54%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20년(492건) 이후 4년 만에 최대 건수다. 올 3분기까지 전체 민원(1016건)은 전년(1025건) 대비 줄었으나 여신 관련 민원은 오히려 급증했다.
은행별로 보면 여신 민원이 가장 많은 곳은 KB국민은행으로 105건에 달했다. 이어 △우리은행 90건 △하나은행 80건 △NH농협은행 57건 △신한은행 57건의 순이었다.
은행에 접수된 여신 민원은 대부분 금리 관련 내용인 것으로 파악됐다. 은행이 책정한 대출금리와 연장 여부 등에 불만을 갖고 민원을 제기한 것이다. 은행권에서는 정부의 가계부채 총량관리 강화 기조와 함께 8월부터 시작된 시중은행의 신규 주택담보대출 취급 제한 등이 민원 급증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은행들은 연 소득 이내로 신용대출 한도를 축소하고, 가산금리 인상과 우대금리 혜택을 축소하는 등 대출 문턱을 높였다. 은행마다 주담대 한도 제한 조치의 시행 시기와 기준이 제각각 달라 소비자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은행들은 신용대출 상품의 차주별 대출 한도를 연 소득 최대 150~200%에서 100% 이내로 제한했다. 7월부터 주담대와 전세대출 금리를 계속 올리고 주담대 최장 만기 기간도 최대 50년에서 30년으로 단축하며 대출 한도를 줄였다.
이에 따라 금융상품별로 보면 주담대 관련 민원의 증가세가 뚜렷했다. 5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민원은 3분기(누적) 113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78건) 대비 44.87% 늘었다.
4분기에도 대출 민원 증가세는 이어질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당국의 강도 높은 총량규제가 지속되면서다. 은행들 역시 주담대 금리 인상, 만기 연장 등 대출 문턱을 계속해서 높이는 상황이다. 5대 시중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32조812억 원으로 전월 대비 1조1141억 원 증가했다. 주담대 잔액도 전월 대비 1조923억 원 증가한 575조6687억 원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대출 민원이 시중은행뿐만 아니라 2금융권까지 확산해 전 금융권으로 퍼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실제 정부가 은행에만 요구해온 연간 가계대출 목표치를 2금융권에도 적용하고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시행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2금융권 가계대출이 2조 원 넘게 불어나는 ‘풍선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하반기 들어 각종 대출 제한조치가 새로 도입되며 현장에서 혼선이 빚어지며 민원이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며 “신용대출을 알아보는 고객을 중심으로 새로 높게 책정된 금리에 민원을 제기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귀띔했다.
이어 “민원이 접수되면 민원인을 대상으로 신용평가를 재산정하거나 금리 등을 안내하는 방법으로 민원을 해결하고 있다”고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