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카드로는 증안펀드·신용거래 담보비율 의무 면제 등 꼽혀
정부, 증안펀드 집행에 신중론…“패닉셀링 수준 하락 아니야”
코스피가 연중 최저치를 경신했다. 시가총액 비중이 가장 큰 삼성전자가 5만 원 초반대까지 빠지면서 시장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 금융당국은 현안 점검·소통 회의를 열어 시장 안정에 나섰지만 하락세는 멈추지 않고 있다.
증시 상황이 심각하게 돌아가자 급기야 대통령실까지 나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고 본격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기로 했다. 이에 시장에선 당국이 증시 안정을 위해 내놓을 수 있는 카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책 카드로는 증권시장 안정펀드(증안펀드) 조성, 반대매매 관련 신용거래 담보비율 의무 면제 등이 꼽힌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일(13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65.49포인트(2.64%) 빠진 2417.08을 기록했다. 이는 종가 기준 지난해 1월 13일(2403.76) 이후 1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연중 최저치를 새로 썼다. 지난 8월 5일 ‘블랙먼데이’ 당시 2386.96까지 빠진 바 있지만, 종가는 2441.55로 마감했다.
이날 금융위원회는 ‘금융시장 현안 점검·소통 회의’를 열고 “미국 대선 이후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에 경각심을 갖고 엄중히 바라보고 있다”면서 “내년 38조 원 규모의 시장 안정 조치를 운영한다는 방침으로 불안 확산 시 적시에 필요 조치를 하겠다”고 밝히면서 시장을 방어하려 했으나 큰 효과 없이 지수는 속절없이 빠졌다.
시장에선 금융당국이 선제적으로 증시 급락에 대응하기 위한 카드를 꺼내야 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정부도 방관만 하진 않겠다는 모양새다. 오늘 열릴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증시 급락 대책이 의제로 다뤄지고, 이후 금융당국에서 대책 발표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증시폭락 때 당국이 내놓은 대책으로는 △증안펀드 조성 △신용거래 담보비율 의무 면제 △상장기업 하루 자기주식 매수주문 수량 한도 완화 △공매도 금지 등이 있었다.
증안펀드는 지난 1990년 5월 시장 폭락에 대응하기 위해 등장했던 증권시장 안정기금(증안기금)을 모태로 한다. 증시 하락 시 시장에 자금을 투입해주는 펀드로 증시 구원투수로 불린다. 국내에서 증안펀드가 조성된 건 2003년 신용카드 대출 부실 사태, 2008년 리먼브라더스 발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2022년 글로벌 긴축 경기 침체 우려 등 총 네 차례다.
증안펀드를 실행한 건 2008년 단 한 번이었지만, 이를 시장에 언급하는 것만으로도 안정화에 도움이 됐다. 앞서 2020년 3월 코로나19로 국내 증시가 폭락하자 당국은 10조7600억 원 규모 증안펀드를 조성한다고 발표했고, 코스피 지수는 하루 만에 8% 넘게 폭등한 바 있다.
다만, 아직까지 당국에선 증안펀드 집행에 신중한 입장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패닉셀링 수준의 큰 하락이 나온다면 개입할 여지가 있겠지만 아직은 그럴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면서 “시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 중”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주식시장의 미래 변동성을 측정하는 지수인 한국형 변동성지수(VKOSPI)는 12일 기준 21.62로, 통상 20~30 범위를 평균 수준으로 인식하고 있는 기준에 따르면 아직 패닉셀링 수준의 하락은 아니다. 8월 블랙먼데이 당시엔 이 지수가 48.51까지 치솟았었다.
증안펀드를 제외하면 주가 연속 하락 고리를 끊을 신용거래 담보비율 의무 면제도 정책 카드로 꼽힌다.
금융투자업 규정에 따르면 증권사는 신용거래융자를 시행할 때 140% 이상 담보를 확보해야 한다. 이 담보비율이 유지되지 않으면 증권사는 고객의 의사와 관계없이 주식 강제 처분(반대매매)에 나선다. 증시 급락이 계속되면 계속된 반대매매로 주가가 또다시 추락하는 악순환이 발생하는 만큼 담보비율 의무 면제도 증시 변동성을 줄일 수 있는 카드가 된다.
이밖에 상장기업의 하루 자기주식 매수주문 수량 한도 제한 등도 현재 나올 수 있는 추가 대책 카드다.
한편, 과거 당국이 꺼내 들었던 공매도 금지카드는 내년 무차입 공매도 감시 시스템이 구축되기 전까지 쓸 수 없는 상황이다. 또 정부는 내년 3월 공매도 재개 뜻을 분명하게 여러 차례 밝히기도 했다. 이에 이날 경제관계장관회의를 거쳐 나올 시장 안정 대책에 대해 금융투자업계와 투자자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