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침출’ 상업화 시도…도시광부 ‘금벌레’로 노다지 날까

입력 2024-11-16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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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능ㆍ유독물질 오염 없는 친환경적
영국 바이오스코프, 내년부터 공장 본격 가동
PCB 1t에는 150g 이상 순금 함유 추정

▲전자 폐기물 산업에서 주목 받고 있는 인쇄회로기판(PCB)이 여러개 나열돼 있다. 출처 게티이미지

미생물을 이용해 전자제품 폐기물에서 친환경적으로 금을 대량 추출하는 ‘생물침출’ 기술의 상업화가 시도되고 있다고 이코노미스트가 최근 보도했다.

유엔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 세계에서 약 6만2000톤(t)에 달하는 가전제품ㆍ컴퓨터ㆍ휴대전화 등 전자제품이 폐기됐다. 이 가운데 재활용된 제품은 4분의 1에 못 미치는 것으로 집계됐다.

천연자원 투입을 최소화하고 경제 내에 존재하는 자원을 최대한 이용·순환시키는 ‘순환경제’가 대두되면서 전자제품 폐기물 재활용 산업이 함께 관심을 끌고 있다. 더군다나 최근 귀금속과 희토류의 가격이 급등하는 것은 물론 기업들이 조달에 비상이 걸리자 이목이 더욱 집중되고 있다.

특히 전자 폐기물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인쇄회로기판(PCB)의 주목도가 높다. PCB는 컴퓨터ㆍ스마트폰ㆍ가전제품ㆍ자동차 등 전자제품에서 각종 부품을 연결하는 회로의 기반이 되는 핵심 부품이다.

PCB 1t에는 150g 이상의 순금이 들어 있다고 추정되고 있다. 이는 천연 매장량보다 15배 더 풍부하다. 또 금뿐 아니라 은, 팔라늄, 구리 등도 포함돼 있다. 또 이들 귀금속을 모두 회수한다고 가정한다면 PCB 1t당 수확할 수 있는 금속 수확물의 가치는 2만 달러(약 2800만 원)를 훨씬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통상 PCB에서 금속을 회수하는 데는 화학적 추출 방법이 이용돼 왔다. 분쇄한 PCB를 용광로에서 태워 높은 산도의 용매로 처리하는 방식인데 대량의 탄소와 유독물질을 생성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박테리아를 사용해 친환경적으로 금속을 회수하는 ‘생물침출’이 최근 각광을 받고 있다. 생물침출이란 미생물을 이용해 금을 포함한 광석을 용출시키는 과정을 지칭한다. 전자폐기물에는 금이 다양한 금속과 혼합돼 있는데, 생물침출을 통해 금을 선택적으로 용해해 회수하는 것이다. 전통적인 화학적 추출 방법보다 친환경적이며 경제적이다.

생물침출은 오래전에 발견된 기술이지만 산업적 관심 부족, 효율성 문제, 경제성 부족 등 다양한 요인으로 확산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기술 진보로 상업적인 생산이 시도되고 있다.

실제 영국 케임브리지에 있는 도시광산 회사인 바이오스코프테크놀러지는 생물침출 공장을 짓고 있다. 시범 생산은 이미 진행 중이며, 내년 1월에 본격적으로 생산에 돌입한다. 연간 1000t의 PCB를 처리할 수 있는 용량을 갖췄으며, 이보다 더 큰 공장을 짓는 계획도 논의하고 있다.

IT 장비 재활용을 전문으로 하는 자매회사인 N2S는 대량의 PCB를 파쇄해 바이오스코프에 공급한다. 이어 바이오스코프는 PCB를 구성하는 기본 재료인 플라스틱과 유리섬유를 기계적으로 분리한다. 플라스틱은 재활용하고, 유리섬유에서는 실리카를 추출하기 위해서다.

다음으로 잘게 부순 PCB를 박테리아 혼합물에 넣으면, 박테리아는 1~2일 내에 금속을 소화해 금을 용액 속으로 녹여낸다. 회수된 금과 기타 금속은 전자제품에 다시 사용할 수 있을 만큼 순도가 높다.

바이오스코프는 추출 후에 아무것도 버리지 않는다. PCB에 있는 금 이외의 다른 금속도 회수할 수 있도록 새로운 바이오 침출 방법을 개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바이오스코프의 제프 보어만 최고경영자(CEO)는 “생물침출 시스템에서는 산도, 온도, 산소 포화도 등 최적의 조건을 유지함으로써 PCB와 같은 소재에서 금속을 추출하는 과정을 획기적으로 최적화할 수 있다”면서 “자연적으로 일어나는 과정을 가속화해 지속 가능한 밀폐형 순환 재활용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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