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준기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업무집행 대표 변호사
‘질적 성장’ 최우선 목표…내실 경영
작년 변호사 1인당 매출액 7억 넘어
법무법인 중 최고…他 로펌과 차별화
신기술대응‧글로벌미래‧금융전략 센터
변화에 선제 대응…통섭 서비스 구축
선박‧항공기금융 변호사 10여명 영입
이준기(사법연수원 22기)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업무집행 대표 변호사(경영 총괄)는 14일 서울 종로구 센트로폴리스 사무실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변호사 숫자나 매출로 국내 몇 등이 되는지 중요하겠지만 법률서비스 퀄리티가 더 우선순위에 있다고 본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이 대표 변호사는 “고객들이 우리에게 요구하고 기대하는 건 아무나 할 수 없는, 복잡하고 어려운 과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로펌이면서 언제나 믿고 신뢰할 수 있는 미래의 진정한 동반자가 돼 달라는 것”이라며 “태평양은 그런 로펌이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고객 중심’ 이념을 실천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한다”면서 “고객 니즈와 페인 포인트(Pain Points)에 귀를 기울이고 화답하며 내적인 성장을 이루는 것이 외적인 성장보다 더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페인 포인트란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할 때 소비자가 불편, 불안, 고통 따위를 느끼는 지점을 뜻한다.
이 대표는 “전문 서비스 회사(Professional Service Firm)에서 단기간에 매출을 늘리기란 사실 크게 어려운 일은 아니다”라며 “전문가를 많이 뽑으면 매출은 바로 늘어나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로펌은 결국 고객을 위해 존재하지 스스로를 위해 존재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태평양 서울 사무소에서 근무하는 전문가는 약 720명에 달한다. 한 도시에 이처럼 많은 수의 전문가들이 일하는 로펌은 세계적으로 보더라도 손에 꼽는다. 미국 뉴욕 오피스에 700명 이상 전문가가 배치된 로펌은 지난해 기준 4곳에 불과하다.
지난해 태평양은 변호사 1인당 매출액이 7억 원을 넘어섰다. 법무법인 가운데 가장 높다. 6억 원대인 다른 대형 로펌과 차별화된다. 규모 면에서 이미 글로벌 로펌과 겨눌 만큼 견고한 외형 확대를 이뤘다는 판단 하에 ‘질적 성장’을 중시하며 법인 내실을 다져온 결과다.
삼성‧한화 방위 빅딜…회사 성장세 주도
이 대표 변호사는 태평양 입사 이후 28년 동안 인수합병 업무를 주로 맡아온 M&A 전문가다. 삼성‧한화 방위산업 빅딜, GS건설의 글로벌 수(水)처리 업체 이니마 인수, 중국 더블스타의 금호타이어 인수, 한국전력공사의 전력산업 구조개편 및 발전자회사 분할 등 ‘랜드마크’ 딜을 자문하며 태평양 성장세를 주도한 인물이다.
내적 가치를 강화하는 그의 경영 철학은 강남구 역삼동을 벗어난 센트로폴리스 신사옥에 고스란히 투영돼 있다. 2020년 3월 ‘법인 이전 프로젝트’를 총괄한 이 대표 변호사 손길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다고 한다.
종로 사무실 최고층 26층 전면은 청와대와 경복궁이 내려다보이며 북악산과 북한산‧도봉산까지 유리 벽 밖으로 펼쳐진 풍경이 정말 좋기로 유명하다. 법인을 상징하는 사진작가 브라이언 오스틴 작품 ‘태평양을 누비는 밍크고래’ 사진 역시 평소 예술과 문화에 관심이 많은 이 대표 선택이다. 지난해 전 세계 흥행 1위를 차지한 넷플릭스 드라마 시리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 등장하는 극중 한바다 로펌의 시나리오 모티브가 되면서 화제를 모았다.
이 대표는 “고민거리에 스트레스가 쌓일 대로 쌓인 상태로 태평양을 찾은 고객에게 ‘영적인 휴식(포즈)’을 주고자 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최고의 직장이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대표적 사례가 최근 법인 내 전문가와 직원들이 참여한 ‘걷기‧달리기 챌린지’다.
“특히 걷기 챌린지는 6인 1조로 하루 1만 보 넘게 걸으며 선의의 경쟁을 펼침으로써 건강과 화합을 꾀하려는 취지였는데 구성원들 반응이 뜨겁고 좋아 내년에도 진행해야겠다”고 전했다. 태평양은 톰슨로이터 산하 아시아 법률전문지 아시안 리걸 비즈니스(ALB)가 발표하는 ‘일하기 좋은 로펌’에 16년 연속 선정됐다.
ABL ‘일하기 좋은 로펌’ 16년 연속 선정
태평양은 올해 1월 ‘글로벌 미래전략 센터’를 창설했다. 아시아 3개국 미국 대사를 역임한 성 김 고문, 외교부 제1차관 출신 임성남(외무고시 14회) 고문을 주축으로 외교‧통상‧규제‧금융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을 모아 글로벌 규제 및 분쟁에 대응하면서 지속적인 성장을 도모할 방법을 고심하는 기업들에게 필요한 컨설팅을 시도하고 있다.
3월에는 인공지능(AI)을 비롯한 디지털 경쟁에 대응하기 위한 ‘신기술‧신사업 대응센터’를 출범했다. 금융위원회 위원장을 지낸 신제윤(행정고시 24회) 고문 등을 중심으로 전담팀을 구성했다. 5월엔 금융권 디지털화를 선도한 하나은행 IT(정보통신)그룹 부행장 출신 한준성 고문을 센터장으로 ‘미래 금융전략 센터’를 신설했다.
권오석(연수원 29기)‧고범석(29기)‧신신호(31기)‧배정현(33기)‧김상철(33기) 전 부장판사를 대거 영입하며 △민사 △형사 △조세 △공정거래 등 전통적으로 강한 송무(訟務) 역량을 확장했다. 형사는 김수남(16기) 전 검찰총장과 김희관(17기) 전 광주고검장에 이어 조상철(23기) 전 서울고검장까지 스카우트해 중대재해 사건 대처능력을 제고했다.
이지영(32기)‧류명현(33기)‧우민지(40기)‧성진현(43기) 변호사와 임주영 호주변호사 등 항공기와 선박 금융, 인수금융, 프로젝트 파이낸스 전문가들을 한꺼번에 10여 명 보강하고 금융감독원에서 ‘가상자산’ 업무로 전문성을 인정받은 김효봉(41기) 변호사를 연달아 영입해 법조계 환호를 받았다.
이 대표는 “방산 최다미(군법무관 15기) 변호사, 바이오‧헬스케어 한예인(변호사시험 1회) 변호사, 대정부 관계를 맡는 GR(Government Relations) 조의섭(입법고시 12회) 전 국회예산정책처장 등 해당 분야 실력을 검증받은 우수한 인재들이 태평양으로 합류하며 천군만마 힘을 얻었다”고 평가했다.
△1990년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사법학과 졸업 △1990년 제32회 사법시험 합격(사법연수원 22기) △1996년 국방부 조달본부 외자계약담당 법무관 전역 △1996년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입사 △2001년 미국 컬럼비아대학교 로스쿨(LL.M) △2001~2002년 스캐든 압스(Skadden Arps) 뉴욕사무소 근무 △2018~2020년 업무집행 변호사(COO) △2023년 카이스트 MBA 수료 △2024년 1월~ 현재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업무집행 대표 변호사
박일경 기자 ek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