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촉한 빵ㆍ밤 크림ㆍ초콜릿 토핑 조화
올해 가장 기억에 남는 예능 프로그램을 꼽으라면 적지 않은 이들이 넷플릭스의 '흑백요리사'를 떠올릴 것이다. 흑백요리사는 실력을 검증받은 '백요리사'들과 숨은 요리 고수인 '흑요리사'가 대결하고, 때론 협력하며 볼거리를 만드는 요리 경연 프로그램이다. 수많은 요리가 나왔지만 특히 주목받은 메뉴는 CU 편의점의 재료만을 이용해 만든 '나폴리 맛피아' 권성준 셰프의 '밤 티라미수'다.
'맛밤'과 우유를 함께 끓여 밤 퓌레를 만들고 크림치즈, 생크림과 섞은 후 '다이제', '토피넛라테'를 곁들인 이 디저트는 방송 이후 큰 화제가 됐다. 특히 메뉴를 만든 권 셰프가 최종 우승하면서 더욱 이목을 끌었고, 밤 티라미수는 이제 동네 카페나 유명 디저트 맛집에서도 팔 만큼 올 가을 가장 핫한 메뉴로 등극했다. 이에 CU는 권 셰프와 협업해 '맛폴리 밤 티라미수컵'이라는 제품명으로 메뉴를 출시했다.
밤 티라미수컵은 출시하자마자 품절대란이 일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애플리케이션 '포켓CU'를 통해 운영한 예약 판매 기간에는 1~2만 개 수량이 평균 20분 만에 매진될 만큼 구매 경쟁이 치열했다. 특히 지난달 16일에는 1만 개 수량이 단 4분 만에 모두 팔려나가며 포켓CU 론칭 이후 최단 시간 내 최다 수량 판매 신기록을 세웠다. 현재는 물량이 늘어 아예 못 구할 정도는 아니지만, 편의점 2~3군데는 돌아야 발견할 수 있는 '희귀템'인 것은 여전하다.
밤 티라미수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던 15일 저녁, 서울 강남구 논현동 일대 CU 2곳을 방문해 밤 티라미수컵 1개를 어렵게 구해 직접 맛을 봤다. 뚜껑을 여니 초콜릿 토핑과 그래놀라가 뿌려져 있고, 그 아래 밤 생크림이 켜켜이 쌓여 있어 보기만 해도 맛있어 보였다. CU에 따르면 권 셰프의 레시피대로 토피넛라테와 크림치즈도 섞여 있다.
숟가락으로 떠보니 부드러운 크림의 질감이 느껴졌다. 기대를 품고 한입 먹어봤는데, 크림치즈를 넣어서인지 평소 먹던 티라미수와는 달리 새콤한 맛이 느껴졌다. 밤맛도 예상했던 것보다는 진했다. 위에 뿌려진 초콜릿과 그래놀라가 또 한 번 달콤함을 더하면서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 사라졌다. 아랫부분의 커피를 머금은 빵도 달달하고 촉촉해 부드러운 식감을 느낄 수 있었다. 다만 단것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과하게 달게 느껴질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패키지를 살펴보니 공주밤농축페이스트(1.3%), 밤분말(0.65%), 밤향이 함유된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디저트를 먹으며 칼로리를 따지는 이는 많지 않겠지만, 제품 1개 130g당 열량이 437kcal여서 다이어터에게는 길티 플레저(Guilty Pleasure: 죄책감이 드는 즐거움)를 느끼게 할 제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밤 티라미수를 한입 먹은 후 미소를 지으며 "편의점 재료가 좋네"라고 말했던 안성재 심사위원의 평가에는 공감이 갔다. "요즘 편의점 디저트도 나쁘지 않네"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기분 좋은 제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