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울 도봉구 방학동에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는 나경제(43.가명)씨. 나씨는 올여름 분가를 하려다 포기했다. 분양아파트와 기존 아파트를 놓고 저울질 하던 그는 집값이 곤두박질치자 당분간 분가 계획을 보류하기로 했다. 나씨는 "집을 사려면 금융상품에 넣어둔 돈만으로는 부족해 융자를 얻어야 하는데 금리가 곧 오른다고 들었다"며 "집값도 더 떨어진다는 데 무리할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2. 용산구에 사는 강남길(35.가명)씨는 최근 시댁과 합치기로 하고 전세집을 알아보고 있다. 시부모와 같은 아파트에서 따로 전세를 얻어 살어던 그는 입주물량이 쏟아지는 단지의 전세가격이 하락하자 두 집이 합쳐 옮겨가기로 했다. 그동안 합가를 고려해 왔던 강씨는 저렴한 전세집으로 옮기고 관리비로 줄여볼 요량이다.
◇매매-전세가격 동반 하락=
서울과 수도권 대다수 지역에서 주택 매매가격 하락세가 지속되고 있다. 게다가 최근 들어 전세값까지 하락하면서 주택시장이 크게 요동치고 있다. 일부 비관론자들은 주택 매매가격 하락세에 전세가격까지 내림세로 돌아선 것은 주택시장 버블 붕괴의 전조현상이라는 성급한 전망을 내놓기까지 한다.
7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서울과 일부 수도권 지역에서 작년 1월 중순이후 끝을 모르고 오르던 전세가격의 오름세가 끝나고 하락세로 돌아섰다.
닥터아파트 등 부동산 정보업체가 자체 집계한 현재 서울도심권 전세가격은 -0.02%로 작년 1월 중순 이후 1년4개월 만에 내려갔다.
서울에서는 성북구(-0.26%)와 강북구(-0.24%) 송파구(-0.22%) 양천구(-0.10%) 마포구(-0.04%) 관악구(-0.04%) 광진구(-0.03%) 동대문구(-0.02%) 순으로 하락했다.
인천과 경기도 북부 신도시 지역의 전세가격 역시 소폭이지만 하락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파주신도시가 0.13% 내렸고 인천 계양구(-0.08%), 일산신도시(-0.04%), 김포시(-0.04%), 남양주시(-0.04%), 산본신도시(-0.01%) 등도 떨어졌다.
매매가격은 올 초부터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서울도심 주택 매매가격은 14주 연속 하락하면서 지난 1월 3.3㎡당 1415원에서 5월 1843만원으로 0.75% 하락했다. 신도시를 중심으로 한 인천과 경기 등 수도권에서는 1.24% 떨어졌다.
◇전문가, 하락세 당분간 이어질 듯=
부동산 전문가들은 부동산 경기침체 장기화로 인한 심리적 위축과 지난 2007년 분양됐던 입주물량이 겹치면서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이 동반 하락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즉, 부동산 침체 장기화로 가뜩이나 위축되고 있는 주택 구매심리에 국지적으로 넘쳐나는 입주물량이 더해지면서 전세와 매매가격을 같이 떨어뜨리는 커플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것.
실제로 서울과 일부 수도권에서 전세가격을 하락시킨 것은 대량의 입주물량이었다. 지난달 29일 강북구 미아뉴타운에서 래미안 1, 2차 2577가구를 시작으로 이달에만 성북구와 은평뉴타운 등에서 3934가구의 입주가 예정돼 있다. 경기도 역시 1만4443가구가 들어설 예정이다. 여름 비수기인 7월에도 수도권에서만 1만553가구의 입주 물량이 대기중이다.
입주 물량 증가에 따라 서울과 수도권의 전세가격이 오름세로 돌아서기는 당분간 힘들 것으로 전망된다.
유엔알컨설팅 박상언 대표는 "부동산 침체 장기화로 인한 미분양 적체 물량에다가 입주물량이 더해지면서 집값 하락을 부추기고 전세가격도 계절적 비수기와 맞물려 하락세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며 “서울과 수도권의 주택 매매가격과 전세가격 하락 기조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