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및 전자 46조원 투자 발표...경영속도 가속화
- 상생협력 강화 및 올림픽 유치 과제로 남아
당시 이건희 회장의 퇴진은 재계뿐만 아니라 정치·사회·경제 등 사회 전반에 걸쳐 큰 충격을 안겼으며, 언론은 이를 대서특필하기도 했다.
이후 꾸준히 경영복귀에 대한 전망이 나오곤 했지만 이 회장과 삼성측은 경영복귀에 대한 여지만을 남긴 채 어떤 확답도 없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23개월 후.
지난 3월 24일 삼성그룹 이인용 부사장(커뮤니케이션팀장)은 "이건희 회장이 삼성전자 회장으로 경영에 복귀한다"고 이 회장의 공식 복귀를 밝혔다.
2008년 4월, 이 회장의 퇴진과 전략기획실의 해체로 그룹 전체의 컨트롤타워가 없어졌다는 내부적인 아쉬움이 존재했지만, 이 회장의 복귀로 그룹 주력계열사인 삼성전자는 다시 한 번 구심점을 갖게 됐다.
□ 신수종사업 등 공격경영 나서
이건희 회장의 경영복귀 이후 가장 눈에 띄는 점은 '폭탄'으로 불리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한 점이다.
이 회장을 중심으로 한 삼성의 이같은 대규모 투자 결정에는 이 회장의 복귀 일성이었던 "지금이 진짜 위기다. 글로벌 일류 기업이 무너진다. 삼성도 어찌 될지 모른다. 10년 안에 삼성을 대표하는 사업과 제품이 사라질 것이다. 다시 시작해야 한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앞만 보고 가자."라는 말과 궤를 같이 한다.
이 회장은 복귀 후 49일이 지난 5월 11일 그룹 전사적으로 향후 10년 간 친환경 및 헬스케어 신수종 사업에 총 23조3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회장은 신수종사업 투자 발표가 있은 지 채 일주일이 안돼 삼성전자가 반도체 11조원, LCD 5조원 등 시설투자 및 연구개발(R&D) 투자 8조원을 포함해 총 26조원 규모의 올해 투자계획도 발표했다. 26조원은 삼성전자의 연간 투자규모로는 사상 최대 규모.
업계 안팎에서는 이 회장의 복귀가 삼성전자를 포함한 그룹 전반에 커다란 동기부여로 작용해 공격적인 투자가 이뤄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최지성 삼성전자 사장도 이달 초 독일에서 열린 유럽 가전전시회 ‘IFA 2010'에서 이 회장의 복귀에 대해 “주인이 있는 기업과 없는 기업에는 큰 차이가 있다”며 “삼성의 대규모 투자는 이 회장의 복귀가 가져온 긍정적 효과의 단적인 사례”라며 이 회장의 복귀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 "회장님이 오셨다. 경영속도를 높이자"
이 회장 복귀 이후 눈에 띄게 삼성전자의 경영과 제품 출시가 속도를 내고 있는 점이다. 그 첫 단추는 삼성전자 스스로 '수퍼 스마트폰'이라고 일컫는 ‘갤럭시S'의 출시. 갤럭시S는 단기간에 국내 스마트폰 시장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하면서 최단기간 밀리언셀러를 돌파했다.
삼성은 이에 그치지 않고 ‘스마트 라이프’를 위한 차세대 디바이스 ‘갤럭시 탭’을 이 달초 독일에서 선보이고 미국을 시작으로 전 세계 판매에 들어갈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 회장이 복귀한 직후 제품 출시를 앞당기라는 특명(?)을 전사에 지시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또한 계열사인 삼성SDS가 운영체제(OS) 전문개발업체인 티맥스코어를 인수한 것도 이 회장의 복심이라는 평이 우세하다.
이 회장이 경영복귀시 강조하던 부분이 OS와 소프트웨어를 위시한 모바일 생태계 구축에 관련된 것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신수종 사업 가운데 한 분야인 의료기기 분야에서도 삼성전자는 지난 29일 다기능 혈액진단기를 출시했다.
4년전부터 연구개발을 지속하고 있었지만, 신수종 사업 투자계획 발표 후 두 달이 채 지나지 않은 상황에서 제품이 출시된 것은 이 회장의 공격적 경영스타일이 반영된 것이다.
삼성은 지난 6월 '이건희 신경영 17돌'을 맞아 '마불정제(馬不停蹄, 말이 말굽을 멈추지 않는다)'라는 새로운 화두를 제시했다.
그동안 삼성전자가 이룩한 성과에 안주하지 말고 더욱 발전하고 정진하자는 이 회장의 강력한 의지를 반영한 표현이다.
이 회장이 신경영을 주창했던 1992년 삼성그룹의 매출은 35조7000억원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에는 200조원을 기록하는 등 신경영 이후 외형이 5.6배나 성장했다.
하지만 이 회장은 이같은 성과에 만족하지 않고 급변하는 글로벌 경제상황에 맞서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투자하고, 세계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제품 개발을 독려하고 있는 것이다.
또 최근에는 정부의 요구에 발맞춰 ‘상생협력 강화’에도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 회장은 지난 17일 일본 와세대대학으로부터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하기 위해 출국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사장부터 대리까지 전 조직원이 피부로 느껴야 한다”며 상생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에 그룹 주력계열사인 삼성전자는 내달 초 최지성 사장 이하 전 사업부장과 1~3차 협력업체 대표들이 참석하는 '상생협력 대토론회'를 열어 이 회장이 강조해온 상생방안을 공유할 예정이다.
이 회장의 가장 큰 당면과제는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성공. 정부에서 이 회장의 특사를 결정했을 때 가장 기대했던 부분이기도 하면서 평창군민을 넘어 전 국민이 바라는 점이기 때문이다,
삼성의 한 고위 관계자는 “이 회장 스스로도 국민의 기대가 높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며 “개인활동 중에 올림픽 유치를 위해 가장 많은 신경을 쓰고 계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