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노베이션 코리아-초일류 국가의 조건] 시대정신 - 벽을 넘어서 下
대한민국은 선진국가 대열에 한걸음 다가섰다. 선진국임을 객관적으로 보여주는 국민소득 2만달러 수준에 올랐고 오는 11월에는 의장국의 자격으로 G20 정상회회의를 개최한다. 하지만 초일류 국가로 가기 위해서는 갈 길이 멀다.
세계적으로 선진국이라는 나라의 일인당 국민소득 성장속도는 5000달러에서 1만달러로 올라 서는데 평균 7년이 걸렸다. 1만달러에서 1만5000달러까지는 6년, 1만5000달러에서 2만달러까지는 3년이 소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강의 기적’을 이루며 1995년 국민소득 1만달러를 달성한 대한민국은 이후 15년째 2만달러 경계를 왔다 갔다 하며 성장이 정체돼 있다. 비단 국민소득만의 문제는 아니다. 더 큰 문제는 급격한 사회 격동(激動) 속에서 사라져 버린 시대정신이다.
시대정신은 사라지고 다양한 사회문제만이 넘쳐난다. 결국 우리 사회가 초일류 국가로 가기 위해선 벽을 넘고 시대를 관통할 수 있는 정신을 찾아 이를 실천에 옮기는 게 시급하다.
박효종 바른시민사회연대 공동대표(서울대 윤리교육과 교수)는 벽을 넘기 위한 시대정신에 대해 ‘구동존이’(求同存異)의 정신을 제시했다. 그는 이 화두를 마음 속으로 항상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박 대표는 “너하고 나, 우리하고 그들은 항상 차이점을 갖고 있다. 이런 차이가 있을 때 다원적인 아름다움이 있지 않나 생각한다”며 “꽃도 한 가지가 아닌 여러 종류의 꽃이 있어야 더 아름답듯이 다른 생각과 다른 종교, 다른 비전을 갖고 있으면서도 나라의 발전이란 같은 것을 추구하는 정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공동체의 기본 가치인 자유, 평등, 민주주의, 인권 등을 달성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면서도 다른 방법을 인정하는 게 바로 ‘구동존이’의 정신이라는 설명이다.
이효성 성균관대 신방과 교수는 이데올로기의 타파를 외쳤다. 그는 “경직되고 특정한 이데올리기 개념이 사라져야한다”며 “공정한 사회를 구현하기 위한 이념, 정의로운 사회 구현을 위한 이념이라면 괜찮다”고 밝혔다.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시대를 관통하는 정신에 대해 ‘가진 자의 양보’밖에 없다고 말한다. 장 교수는 “우리 사회 벽을 없애기 위한 해법은 결국 가진 사람이 양보하는 방법 밖에 없다. 현재 우리사회는 데드앤드까지 가 있다”고 설명했다. 경제적으로 하층인 사람들과 비정규직에 전전하는 20~30대 젊은 층들이 더 이상 양보할 게 없다는 설명이다.
그는 “한국 사회에 오랫동안 살아온 사람이면 누구나 겪었을 억울하고 할 말 있는 일들, 그 중 하나가 공정성과 투명성”이라며 “현 정부가 ‘공정사회’를 천명하면서 핫 버튼을 눌렀다. 대기업의 변화나 정책기조 변화 등 기득권층이 실질적으로 공정한 사회를 이끌어 내는 노력을 해야 성장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주대환 사회민주주의연대 대표는 ‘복지국가’가 바로 시대를 관통할 수 있는 정신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복지국가의 핵심은 바로 불안한 노후를 보장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주 대표는 “우리 사회는 과다 경쟁 속에서 정신적으로 매우 불안정하고 여유를 잃었다”며 “불안하기 때문에 경쟁하는 게 아니라 열심히 일하고 공부하면서도 여유를 찾을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노후가 불안하기 때문에 좋은 대학 나오고 의사나 변호사가 돼야 하고 공무원이나 교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우리 사회는 일과 공부 두 가지를 어느 나라 국민보다도 열심히 해서 여기 까지 왔다. 이는 대단한 일이지만 초일류국가로 가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배규한 한국연구재단 사무총장은 “‘절제’와 ‘조화‘야 말로 벽을 없애기 위한 시대정신이라고 강조했다. 먼저 물질적인 욕망과 인간관계를 지배하고자 하는 욕구를 절제해야 풍요로움을 느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배 사무총장은 “새로운 것을 계속 쫒아 가다보면 휴대폰이 그렇듯 2년마다 바꿔도 만족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하나하나의 작은 조각이 모여서 ‘모자이크’를 만들지만 전체로 보면 조화롭지 않냐”며 “나와 다른 것을 받아들이고, 그런 것으로 나와 사회를 풍요롭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