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1위 업체인 제일모직은 아웃도어 진출 여부에 대해 상상 모르쇠로 일관해왔다. 코오롱스포츠, LG패션, 이랜드 등 패션 빅4 가운데 3곳이 이미 몇년전에 아웃도어 시장에 진출한 상태여서 제일모직의 침묵은 오히려 업계를 더 긴장케했다.
제일모직이 오랜 침묵을 깨고 지난달 아웃도어 진출은 공식 선언했다. 빈폴 브랜드를 통해 내년부터 아웃도어 제품을 시장에 내놓기로 했다. 폭풍성장하고 있는 아웃도어 시장을 제일모직으로서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형형핵색의 아웃도어 의류를 갖춰 입은 사람들을 산에서 뿐만 아니라 공원 등 길거리에서도 어렵잖게 만나볼 수 있다. 편리하고 기능성을 갖춘데다 디자인까지 3박자를 갖춘 아웃도어는 전 국민이 사랑받은 패션복으로 거듭났다.
‘아웃도어’의 미래를 본 패션업계는 발빠르게 다양한 제품을 쏟아내며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아웃도어는 등산이라는 개념에서, 캠핑, 워킹, 바이크 등 다양한 야외활동으로 확대되면서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보여 ‘아웃도어’를 향한 업계의 항해가 본격 닻을 올렸다.
◇올해 4조 넘어 5조 간다 = 국내 아웃도어 시장은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20%대의 고성장을 이어오고 있다. 2007년부터는 국립공원 무료개방과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에 따라 등산인구가 급증해 아웃도어 의류의 붐이 일어났다.
국립공원관리공단 관계자는 “2007년부터 등산객이 급증하고 일과 삶에 대한 인식변화와 등산을 취미로 하는 베이비부머 세대가 급증하면서 아웃도어를 갖춰입은 등산객을 산 곳곳에서 만나볼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와 더불어 작장에 대한 개념 변화, 여성의 사회참여 증가로 일과 삶에 대한 밸런스가 중시되고 개인화가 가속화면서 직장보다 가족 중심의 문화가 확산되면서 등산, 자전거, 캠핑 등이 보편적인 여가활동으로 자리잡았다.
이언 추세에 발맞춰 5년전 1조원 규모에 불과했던 아웃도어 시장은 올해 4조원을 훌쩍 뛰어넘는 등 해마다 1조원씩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이는 미국과 독일에 이어 세계 3위에 해당하는 시장규모다. 삼성패션연구소는 내년 아웃도어 시장이 5조원 규모로 성장하고 앞으로도 캠핑열풍, 초중고교 주5일 수업제 도입으로 아웃도어 열풍이 식지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태학 K2 상품기획본부 상무는 “주5일제와 건강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 조성과 맞물려 아웃도어 시장이 고속 성장을 거듭하는 있는데 기존 관행을 과감히 깬 업계의 과감한 아웃도어 웨어의 영역 확장이 더욱 시장을 가속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내년 브랜드만 60개 넘을 듯 = 아웃도어 성장세가 멈출 기세를 보이지 않자 각 기업의 아웃도어 브랜드 론칭도 봇물을 이루고 있다. 제일모직이 지난달 ‘빈폴 아웃도어’를 론칭한 것이 상징적이다. 업계에 따르면 제일모직을 비롯해 내년까지 신규 아웃도어 브랜드 론칭은 10여개에 달한다. 현재 아웃도어 브랜드가 50여개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내년에는 브랜드 수가 60여개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빈폴 아웃도어’는 내년 봄 제품을 론칭하고 2012년 가을부터 본격적인 아웃도어 시장 공략에 나선다. 지난해 여성 전문 아웃도어 브랜드인 와일드로즈를 선보이며 아웃도어 시장에 뛰어든 패션그룹 형지도 내년에 ‘노스케이프’를 론칭하고 아웃도어 사업을 본격화한다.
LS네트웍스는 내년 하반기까지 피크퍼포먼스, 오들로, 하이텍 등 총 3개의 아웃도어 브랜드를 선보일 예정이다. F&F와 동광인터내셔널, 코스모S&F도 각각 디스커버리, 백우즈, 보그너스포츠 등을 새롭게 론칭한다.
아웃도어만으로 연매출 5000억원을 넘어서는 파워 브랜드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업계 최초로 연매출 5000억원 시대를 연 ‘노스페이스’는 올해 6000억원 매출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내에서 단일 브랜드로는 유일하게 빈폴이 5000억원을 올리는 것을 감안하면 노스페이스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다. 코오롱스포츠와 업계 2위를 다투고 있는 K2코리아(K2·아이더)도 올해 매출 5000억원 달성이 무난할 것으로 보이며 코오롱도 2위 사수를 위한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어 올해는 처음으로 매출 5000억원 브랜드가 3개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층 젊어진 아웃도어 = 아웃도어 브랜드는 지난해 패션업계의 불황에도 불구하고 20% 이상 급성장을 이루며 최고의 전성시대를 누렸다. 기존에 뛰어난 기능성을 강조하던 트렌드에서 벗어나 패션성을 가미해 일상생활에서도 입을 수 있는 제품을 출시, 여성들은 물론 젊은 세대들까지도 아우르며 시장을 확대했기 때문이다.
밀레는 일상복과의 경계를 허무는 독특하고 개성 있는 아웃도어 제품으로 젊은 세대들을 공략하고 있다. 밀레는 일본 등 외국 디자이너들과의 협업을 통해 10~20대의 젊은 소비자들을 겨냥한 엠리미티드(M-Limited) 라인을 이번 시즌 새롭게 선보였다.
엠리미티드 라인은 신세대 음악과 익스트림 스포츠 등에서 영향을 받아 아웃도어 스타일이 갖는 선입견을 없애고 마운틴 테크놀로지와 빈티지한 패션감각을 겸비한 독특하고 개성있는 아웃도어 제품이다. 유통 역시 기존의 백화점이나 대리점에서 벗어나 홍대나 명동의 편집숍과 온라인 멀티숍으로 차별화했다.
특히 지난 9월에는 스트리트 캐주얼 브랜드로 인기를 끌고 있는 커버낫과 콜래보레이션을 통해 ‘캡슐컬렉션’을 한정수량 출시했다. 밀레의 오랜 전통과 기술력에 커버낫의 강점으로 꼽히는 트렌디한 디자인이 결합돼 과감한 컬러와 스티치, 다른 원단의 이중 활용 등 디테일과 패턴 등이 한층 젊어졌다.
정용권 밀레 마케팅 이사는 “일본의 경우 몸매 라인을 살려주는 디자인은 물론 화려한 색상으로 패션성까지 살린 캐주얼 아웃도어 제품이 이미 젊은 세대에게 주류로 자리잡은 상태”라며 “젊은 세대를 공략하기 SNS를 활용한 마케팅 등 다양한 활동을 전개해 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아이더의 그라비칼 라인은 아웃도어 캠핑뿐만 아니라 도심에서도 캐주얼하게 연출할 수 있는 멀티웨어 라인으로 이번 시즌 젊은 층이 선호하는 디자인과 색상을 적용시킨 트렌디한 스타일을 선보였다. 중고등학생이나 가벼운 여행을 즐기는 대학생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캐주얼 백팩이나 니트 레깅스, 스웨터 등 다양한 패션 아이템도 내놓을 예정이다.
지철종 아이더 사업본부장은 “존에는 30~40대층이 주로 등산을 즐겼지만 요즘에는 젊은 층에게까지 확대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등산인구는 10대에서 60대까지 더욱 넓어져 아웃도어를 즐기는 인구는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아웃도어 용품 매출로 이어질 것으로 보여 젊은 층을 겨냥한 제품출시가 봇물을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