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 정책금융公, 배당률 헐값 공방

입력 2012-02-23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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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금융公 “1% 배당은 돈 그냥 달라는 것”

농협 “수익성 없는 주식 주면서 뭘 원하냐”

다음 달 신경분리(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의 분리)를 앞두고 농협에 제공할 1조원의 정부 현물출자 방식을 두고 헐값 논란이 일고 있다. 정책금융공사가 가진 산업은행 주식 등을 합쳐 1조원을 현물 출자하는 방식인데, 농협이 출자자에 대한 배당률을 1% 이하로 낮추겠다는 방침을 세웠기 때문이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은 최근 대의원회의를 열어 정책금융공사에 대한 배당율을 1%선으로 책정하기로 결정했다.

농협 관계자는 “최근 정부 현물출자의 대가로 주는 농협 주식에 대해 바당율을 1% 이하로 적용키로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정책금융공사는 “지나친 저율 배당이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책금융공사 관계자는 “농협의 1% 배당률 책정은 사실상 출자금을 무상으로 지원해달라는 것과 같다”며 “의결권도 없는 주식이라 공사에는 전혀 이득이 없어 받아들일 수 없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공기업을 통한 정부의 경영간섭을 우려해 의결권을 없애는 조건을 붙였는데, 배당마저 턱없이 부족해 사실상 돈을 그냥 묻어두는 ‘출연’이라는 것이다.

배당률이 낮아지면 농협으로선 이익의 사외 유출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지만, 그만큼 정책금융공사로선 현금 수입이 줄어든다.

최악에는 정책금융공사의 이자 상환마저 어려워질 수 있다. 정책금융공사의 재무구조가 나빠지면 궁극적으로 정책금융공사 지분을 100% 소유한 정부의 빚 부담으로 돌아가 국민에게 손을 벌려야 한다.

정책금융공사 관계자는 “산은과 분리할 때부터 재무구조가 취약했는데, 1조원을 거저 가져가면 농민을 살리려다 중소기업 금융이 죽는 꼴이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농협 측의 얘기는 다르다. 당초 원했던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주식 대신 유동화가 어렵고 수익성이 없는 도로공사 주식으로 출자금이 지원되는 상황에서 배당률마저 높게 할 수는 없다는 주장이다.

농협 관계자는 “정책금융공사에서 보유하고 있을 때 나오던 수익률 이상을 배당할 수는 없다”면서 “수익률이 낮은 주식을 현물출자로 제공하면서 농협에서 높은 이자를 받겠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항변했다.

이어 “과거 농협과 축협이 합칠 때 정부가 보전했던 금리도 1%였다는 점에서 저율배당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출자 방식과 주식 구성에 대한 논란이 장기화하면서 농협으로선 막대한 세금을 물어야 할 처지다.

농협에 대한 증권거래세와 등록면허세 면세 기간이 다음 달 1일까지인데, 그 전에는 물리적으로 출자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출자자산 평가에 3주일 정도 걸려 새 농협이 출범하기 전에 출자는 어렵다”며 “3월1일이 지나면 농협에 125억원을 과세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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