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 사회 현주소]反다문화 정서 확산

입력 2012-06-28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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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외국인 범죄 늘며 ‘제노포비아’현상까지

“다문화는 한국의 전통문화와 역사를 파괴하는 짓입니다.”

지난해 8월 개설된 인터넷 사이트 ‘아리랑시대’의 대문에는 이런 문구가 표어처럼 걸려 있다. 정부와 지자체가 앞다퉈 다문화 지원에 열을 올리는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이 사이트엔 한국이 다문화되면 단순 기술직뿐만 아니라 대졸 이상의 외국인들도 대거 몰려와 한국 대졸자들이 외국인력에 밀리게 될 것이라는 내용의 글 등이 올라와 있다.

▲지난 4월 29일 서울 종로구 관철동 보신각 앞에서 열린 '2012 이주노동자 메이데이 집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외에도 지금 온라인 상에서는 반(反)다문화를 지향하는 인터넷 커뮤니티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최근 폭행이나 절도, 한국여성을 대상으로 한 성범죄 등 외국인 범죄가 크게 늘면서 반다문화 정서가 무차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한 포털사이트에는 파키스탄·방글라데시 외국인 피해자들의 모임 카페까지 생겼다. 특히 얼마 전 수원에서 발생한 중국동포 오원춘의 토막살인 사건은 불 난곳에 기름을 붓는 격이었다.

한국 사회 내에서 다문화주의에 대한 논란이 가열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반다문화 인식은 제노포비아(Xenophobia), 즉 외국인 또는 이민족 집단에 대한 혐오나 배척 현상으로까지 이어지는 형국이다.

다문화교육활동을 하는 승리다문화비전센터 김승일씨는 “중국동포들이 집단거주하는 일산 시장 쪽에선 실제 한 달에 한두 번씩 발생하고 있으며 마작 등 도박판을 벌이거나 술을 먹고 행패를 부리는 일이 잦아 그들을 대하는 지역주민들의 시선이 점점 싸늘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아무런 잘못도 없는 이주노동자들은 괜한 오해나 사회적 참여가 심해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

문제는 2005년 프랑스 방리유(Banlieue)에서 시작된 대규모 소요사태에서 볼 수 있듯 반다문화 정서가 무차별적으로 퍼지면 외국인 집단행동이 촉발되거나, 외국인 대상 혐오범죄가 나타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외국인들을 소중한 사회 구성원으로 보듬어주지 못한 채 범죄자나 사회부적응자로 내몰 경우, 감당할 수 없는 사회적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 특히 다문화가정 자녀가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성장해야만 서구와 같은 극심한 사회적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현정 서울온드림다문화가족교육센터장도 “반다문화 정서는 사회통합과 발전을 해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센터장은 “생산인구 감소로 외국인 노동자 유입은 이미 선진국에서도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됐다”며 “이주노동자들을 더 이상 값싼 노동력이 아닌 산업의 근간인 제조업이나 인력부족을 겪는 서비스업의 성장 동력으로 인정하려는 인식과 태도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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