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업계 여성파워 맹활약… 그러나 40대 비중 20%
다국적 초대형 업체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이 뚜렷하게 커지고 있다는 반증이다.
국내도 예외일 수는 없다. 여의도 금융투자업계는 더욱 그렇다. 숫자와 돈줄이 혼을 빼놓을 듯 현란하게 춤추는 곳이기에 섬세함과 꼼꼼함이란 여성 특유의 장점이 더욱 돋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09년 자본시장법이 도입되면서 브로커리지(주식위탁 매매) 영업에 국한됐던 영업이 자산관리와 IB 등 새로운 연성 분야로 확장되면서 여성파워에 힘을 보태고 있다.
실제 각 증권사마다 리서치센터는 물론, IB, IT, 마케팅 홍보 등 각 업권별로 최정상 자리에 오른 여성 금융인의 모습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금녀의 벽이라고 일컬어지던 펀드매니저의 여성 종사자 비율도 크게 증가했다. 금융투자협회 집계에 따르면 지난 2009년 213명이던 여성 펀드매니저의 비율은 현재(2012.8.9기준) 323명으로 대폭 증가했다.
그러나 이같은 여풍 파워에도 아직까지 보이지 않는 유리 벽은 존재한다는 지적이다. 여성에 대한 인식과 대우는 과거에 비해 많이 나아졌지만 실상 종사하는 연령대별 비율을 보면 아직도 철옹성처럼 버티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금융위원회가 한국 직업능력개발원에 의뢰해 작성한‘2011금융인력 기초 통계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권에 종사하는 여성 인력 10명중 8명 이상(82.3%)이 30대 이하인 것으로 조사됐다. 40대 비중은 15.3%, 50대 이상은 2.5% 뿐이다. 50세 넘어서까지 금융권에서 일하는 여성은 100명중 2~3명 밖에 안 된다는 얘기다.
여성으로 느끼는 유리 천장과 관련, 이원선 토러스투자증권 센터장은 "예전에는 술 권하는 문화 등 학연과 지연이 관련된 유리 천장이 존재해 여성이 불리했던 것도 사실이었다"며 "그러나 일하면서 느낀 점은 결국 공들인만큼 성과는 꼭 나오기 마련이었"고 말했다.
특히 성공한 여성의 표본으로 꼽히는 증권가 여걸들은 본인 스스로의 마음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인생이 바뀔 수 있다고 조언한다.
2009년 업계 최초로 도입된 오퍼레이션&테크놀로지(Operation&Technology, O&T)를 관장하는 우리투자증권 오세임 상무는 “여성으로서의 불리함은 물론 있었겠지만 차별을 받았다고 생각하기 전에 나 자신이 과연 그 자리에 베스트였는지 뒤돌아 봤다”며 “스스로 포기하지 않고 하나씩 헤쳐 나가는 믿음과 자세가 이 자리까지 오게 한 원동력이었다”고 밝혔다.
우리자산운용의 이진아 인덱스운용팀장도 “직장생활을 하다보면 원하지 않는 일을 해야 하는 순간도 오고 결코 돈을 버는 일이 쉽지 않다고 매번 느낀다”며 “그러나 부정적이고 힘들다는 생각보다는 자기가 해야 할 좋은 일에 에너지를 쓰고 미래를 봤을때 지금 뭘하면 좋을지 생각하는 게 좋다”고 당부했다.
한편 삼성경제연구소는 올초 ‘글로벌 기업의 여성 CEO탄생 비결’이란 보고서를 통해 해외 글로벌 기업과 비교할 때 한국에서 여성 CEO가 탄생하기 힘든 만큼 여성 CEO 육성을 위해서 ‘여성임원 풀’을 형성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글로벌 대기업처럼 여성 핵심인력, 여성 관리자, 여성 임원 등에 대한 목표치를 설정 한 후 양적 증대를 위한 노력과 함께 여성에게 중요한 임무를 부여해 리더로서 역량을 개발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작업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금융권 여성파워를 위해선 본인의 노력도 필요하지만 기업 자체의 여성 리더쉽 개발에 대한 각별한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