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개봉을 앞둔 영화 ‘점쟁이들’에서 귀신을 보는 심인스님으로 그는 출연한다. 스님이라 머리를 깎았을까. 다행히도 치렁치렁 머리를 기른 파계승이란다. 지난 14일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덥수룩한 머리였다. 그는 “아직은 돈 좀 벌어야 된다. 다음 작품이 소지섭과 함께 하는 ‘회사원’인데, 이 외모에 머리까지 깎으면 지섭이한테 너무 밀리지 않나”라며 카페가 떠나갈 듯 웃는다.
이 배우 대체 어디서 뚝 떨어졌나. 얼마 전 종영한 SBS 드라마 ‘유령’에서의 ‘미친소’ 캐릭터는 코미디와 스릴러 액션을 혼합한 보기 드문 역할이었다. 이전 ‘범죄와…’에선 어땠나. 영화계 톱스타 중의 톱스타 최민식의 엉덩이와 머리를 사정없이 걷어차고 때리는 대담함을 보였다. ‘황해’에선 실제 깡패 두목이 아닐까 하는 자연스런 연기로 주목을 끌었다.
그는 “정말 내성적이었다. 반에서 있어도 모르는 그런 아이들 있지 않나. 그게 나였다”면서 “연기를 하면서 지금의 내가 됐다. 정말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의 내 모습은 상상도 안된다”며 연신 너털웃음이다.
본격적으로 얼굴을 알린 것은 ‘황해’다. 정말 흥미로운 에피소드가 있단다. 그는 “연극을 하면서 영화에 대한 갈망이 있었다. 한 수백 번은 오디션에서 낙방했다”면서 “‘황해’ 오디션이 있던 날도 집에 있었는데 ‘가면 뭐해 떨어질텐데’라며 잠을 자고 있었다. 근데 꿈에서 돌아가신 어머니가 ‘일어나 병규야(곽도원 본명)’라며 소리를 치시더라. 그길로 단숨에 뛰어갔고 결국 ‘김승현 교수’ 역을 따냈다”며 신기해했다.
당시 인상적인 그의 연기는 영화 관계자들에게 빠르게 퍼졌다. ‘황해’의 연출자 나홍진 감독과 친분이 있던 윤종빈 감독이 그를 눈여겨보고 ‘범죄와…’에 캐스팅했다. 흥행에도 크게 성공했고, 결국 지금의 소속사도 생겼다. 그는 “정말 신기하지 않냐”며 반문했다.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그는 “한쪽 눈에 미국에서 공수해온 특수렌즈를 끼고 촬영했다. 근데 바닷가에서 촬영이 많다 보니 렌즈에 모래가 들어간 것을 모르고 계속 찍은 거다. 눈이 너무 아파 병원에 갔더니 의사가 ‘대체 눈에 무슨 짓을 한거냐’며 크게 화를 내더라”며 다시 웃었다.
인터뷰 내내 너털웃음이다. 낙천적인 성격과 특유의 긍정 마인드가 지금의 곽도원을 단단하게 만든 듯하다. 운도 참 많이 따른 것 같다. 운도 믿고 신도 믿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