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들의 신분상승을 위한 유일한 통로였던 ‘교육을 통한 계급 사다리’가 무너진 지금의 한국 사회는 폭발 직전의 사회 분열과 갈등을 겪고 있다. 소득과 재산의 양극화가 기회의 양극화로 그대로 이어져 민주주의의 이념에 전혀 어울리지 않은 계층 세습제가 현대판 계급제로 정착하고 있다.
자본주의의 창시자인 아담 스미스도 그의 저서 ‘도덕 감정론’에서 자본주의가 성공하려면 소외된 세력을 함께 품고 가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나 지금 한국의 자본주의는 돈 있는 사람들을 위한 제도로 변질되어가고 있다. 부의 편중은 ‘카지노 자본주의’ ‘정글 자본주의’ 라는 경제적 불평등을 야기할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에도 심각한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18대 대통령 선거를 3개월 앞두고 관련 정당과 후보자들은 온갖 정책을 준비하고 하나 둘 씩 보따리를 풀고 있지만, 그 정책과 말들이 ‘표’를 의식한 선동적인 ‘표어’이지 재정적 뒷받침이나 실천적 진정성이 담겨져 있지는 않은 것 같다. 표만 구걸하는 ‘표퓰리즘’이지 역사성을 띤 정책으로 까지는 연결되지 않은 것 같다. 18대 대통령이 되겠다는 후보자는 장기적 관점에서 주변의 비판에도 참을성 있게 국민을 설득하는 ‘정면 승부형 리더’여야 한다. 아울러 국민들도 이런 후보를 알아보는 현명한 ‘눈’을 가져야 한다.
지금 한국사회는 청년일자리 뿐만 아니라 노년의 일자리도 심각하다. 일 년이면 50만 명의 젊은이들이 대학을 나온다. 이중에서 대학 졸업생들이 선호하는 직원 500명 이상의 대기업들이 채용할 수 있는 인원은 3만 명에 불과하다. 신규 공무원 채용 등 이것저것 합쳐 괜찮은 대졸자 일자리는 5만 개 안팎이다. 1년에 대졸자 50만 명 중 17만 명 정도가 취업하는데 5만 명 이외의 12만 명은 비정규직이거나 불안한 일자리다. 나머지 33만 명은 실업자이거나 아예구직을 포기한 상태다. 청년일자리 못지않게 노인 일자리도 심각하다. 한국 근로자의 평균 정년 나이는 53세다. 집 사고 자녀 교육시키고, 결혼시키고 난 후의 60세가 넘은 노인세대의 생계도 사회적으로 심각하다. 한국의 자살률은 OECD 국가 중 1위로 하루 42.6명이 자살하고 있다. 특히 65세 이상 노인의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 당 72명으로 우리나라 전체평균의 2배다. 한국 노인의 삶이 얼마나 고달픈가를 자살수치가 증명하고 있다.
한국은 지금 분노의 정치. 경제 양극화, 혼돈의 사회, 세대 간의 갈등으로 혼돈의 극치다. 그러나 정치권은 권력을 쟁취하는 수단에만 급급하지 사회통합 정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 참정치는 없고 권력투쟁만 난무한다. 정당은 있지만 파당만 판친다. 민주정치의 원리는 실종되고 정치공학만 있다. 정치철학은 없고 ‘표퓰리즘’만 설친다. 정치보스는 있지만 진정한 리더십은 없다. 선동은 있지만 책임은 없다. 일방통행은 있지만 소통은 없다.
18대 대선 3개월 안에 후보들이 표만 의식한 표어성 표퓰리즘이 아닌 실천력 있는 사회통합 정책을 내놓고 국민들을 설득하기 바란다. 그렇지 않으면 18대 대통령 정부도 대통령 직선제 이후의 역대 정부처럼 ‘최악의 민주주의 정부형태’가 될지 모른다. 대한민국은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세계 최빈국에서 단시일에 산업화 민주화를 이뤄 20-50클럽(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인구 5천만 명)에 진입했다. 하지만 지금은 소득양극화 등 사회갈등으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근간이 흔들리고 있다.
마지막으로 18대 대통령 정부의 귀감이 될 격언을 탁신 태국 전 총리의 말로 인용한다. “태어날 때 가난한 것은 그 사람의 죄가 아니다. 죽을 때 가난한 것은 그 사람의 죄다. 그러나 태어날 때나 죽을 때 가난한 것은 나라(정부)의 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