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전체 초등학생 중 97만명이 하루 한 시간 넘게 돌봐주는 사람이 없이 혼자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주일에 5일 이상·하루 평균 5시간 보호자 없이 지내는 완전 방임 아동이 12만명에 달해 이들에 대한 범죄 노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22일 여성가족부의 ‘나홀로 아동’ 실태조사(2011)에 따르면 방과 후 집에 돌아갔을 때 1시간 이상 혼자 또는 초등학생 아이들끼리 지내는 아동이 97만명이다. 전국 초등학생 328만명 중 30%에 육박한다.
또 나홀로 아동 중 하루에 3시간 이상 정기적으로 보호자 없이 집에 있는 아동은 47.7%(46만명)이며, 전체 아동의 3.7%(12만2351명)는 일주일에 5일이상 하루 평균 5시간 이상 보호자 없이 지내는 완전 방임 상태에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자기 보호 아동은 저소득층, 특히 대도시에 거주하는 저소득층 맞벌이 가정에 많이 분포하고 있어 이들의 자녀가 안전에 매우 취약함을 알 수 있다.
그동안 교육과학기술부, 여성가족부, 보건복지부에서 따로따로 실시되던 ‘방과후 돌봄 서비스’는 5000억원에 가까운 예산이 투입되고 있지만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예산부족으로 수혜자도 29만명에 그치고 있다.
정부는 지난 19일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각각 추진 중인 방과후 돌봄 서비스의 부처간 합의체를 구성, 공동 수요 조사를 벌이는 등 효율적인 지원체계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가 관할하고 있는 지역아동센터, 교육과학기술부의 초등돌봄교실과 엄마품온종일돌봄교실, 여성가족부의 청소년 방과후 아카데미 등 부처별 돌봄 서비스가 중복돼 효율성이 떨어지고 사각지대가 광범위하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전문가들은 그간 정부의 대응이 아동 돌봄서비스와 같은 1차적 예방정책이 아닌 성범죄자에 대한 처벌 강화 중심으로 발달돼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최근에서야 아동이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범부처적인, 범국민적인 노력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정책을 만들어나가는 시작단계에 있다. 영국은 2004년부터 모든 부처와 사회에게 아동을 보호해야 할 책무와 역할을 법적으로 지우고 있다.
이인선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아동이 보호자의 동행없이 혼자 있거나 적절한 돌봄을 받지 못할 경우 성범죄 표적이 되기 쉽다”면서 “특히 우리나라는 학교가 늦게 끝나고 어린 아동들도 방과후 학원으로 혼자 이동하는 경우가 많아 어떤 경우에도 보호없이 혼자 이동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취약아동에 대한 보호와 지원체계를 강화함과 동시에 모든 아동에 대한 돌봄과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면서 “돌봄망이 촘촘할수록 친족이나 가까운 사람에 의한 아동성학대는 많이 예방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