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제시 역할 수행 전무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주재하는 금융협의회의 의미가 갈수록 퇴색되고 있다. 이에 시중은행장들의 참여도 시들해진 양상이다.
금융협의회는 지난 2002년 박승 총재시절 한국은행과 주요 시중은행 간 의견 교환과 경제·금융분야 주요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만들어진 월례 협의체다.
매번 2시간 안팎의 토의가 이뤄지지만 최근까지 의견 수렴 외 금융 현안에 대한 구체적인 정책이 제시된 적은 없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회의 참석이 자율적이긴 하지만 최근에는 협의회 성격이 친목의 의미가 많아진 것 같다”며 느슨해진 분위기를 전했다.
특히 일각에서는 그간 구체적인 협의 성과가 없는 탓에 금융협의회가 형식상 모임에 그치고 금융권의 열의도 시들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시중은행장들의 참석 또한 눈에 띄게 줄고 있다.
강만수 산은금융지주 회장 겸 산업은행장은 작년 4월에만 한 차례 출석한 후 참석하지 않고 있다. 은행장 선임 후 바로 다음달인 협의회만 참석했다는 이야기다.
다른 시중은행장들도 불참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지난 8월 9개 은행장이 참석했지만 9월에는 7개 은행으로 줄었다.
지난 19일 열린 금융협의회에는 우리, 신한, 농협, 기업, 한국씨티, 스탠다드차타드 은행장 등 6개 은행장으로 참석자가 더 줄었다.
이날 협의회에는 하나금융지주 소속의 하나은행장과 외환은행장이 모두 불참했다. 하나·외환 은행장이 동시에 금융협의회에 참석하지 않은 것은 매우 드문 사례다. 김종준 하나은행장과 윤용로 외환은행장은 인천 영종도에서 열린 LPGA 대회 ‘하나·외환 챔피언십’ 행사 참석 때문에 불참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민병덕 국민은행장도 이날 이사회에서 마련한 워크샵 일정 등을 이유로 불참했다.
금융권 한 고위 관계자는“한은 금융협의회의 가치가 은행 행사급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는 “금융협의회의 의미는 때에 따라 기복이 있을 수 있지만, 협의회 취지가 교감이라는 점에서 출석내용만 본다면 김 총재의 리더십이 약화되는 양상”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한은 한 관계자는 “금융협의회는 은행장들의 여건에 따라 참석 가능한 자율적인 회의”라며 “의견 수렴을 위한 자리를 확대 해석해선 안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