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태프열전]'닥치고 패밀리' 분장사 김정빈 "분장 하나로 캐릭터를 실감나게"

입력 2012-11-02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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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 하나, 상처 하나도 실감나게… '진짜같다' 착각하는 사람들 볼 때 보람 느껴"

“미용과 분장은 달라요. 이를 테면 ‘아내의 유혹’에서 장서희가 눈 밑에 점을 찍어 캐릭터를 극대화시킨 게 분장팀의 활약인 거죠.”

늦은 밤까지 분주하게 사람들이 오가는 방송국 로비, 피곤한 기색도 없이 세트 촬영 준비에 여념 없던 KBS2 일일시트콤 ‘닥치고 패밀리’분장팀 메인 분장사 김정빈(27)씨를 만났다. 이날은 ‘닥치고 패밀리’ 출연자 중 일부가 교통사고를 당하는 장면과 페인트를 뒤집어쓰는 장면이 있어서 바쁜 하루였다. 아직까지는 ‘닥치고 패밀리’의 가족들 중 일부가 찌질한 콘셉트이기 때문에 분장사의 손을 거쳐야 하는 일이 많지는 않다. 차차 등장인물들의 캐릭터가 변하면서 이를 대비해 감독과 상의해야 할 일이 많아졌다. 거의 모든 장면을 분석하고, 콘셉트를 정하고, 이에 맞는 분장을 실행해 줘야 하니 촬영 전뿐 아니라 촬영 당일 한시도 현장을 비울 수 없는 역할이다.

“요즘에는 연기자마다 스타일리스트가 있고, 각자 미용실에서 메이크업을 받고 오기 때문에 미용까지 우리가 봐주지는 않아요. 분장은 각 캐릭터별 상황에 맞는 연출을 해주는 역할입니다. 때문에 늘 감독과도 상의해야 하고 각 연기자 스타일리스트와 의견 조율도 필수죠.”

분장 경력 5년차의 그녀는 현재 KBS에 분장팀을 파견하는 외주회사에 소속돼 있다. 방송사 분장팀은 통상 외주를 맡은 회사 소속이거나 스스로 팀을 꾸려서 활동하는 프리랜서로 나뉜다. 프리랜서로 스스로 일을 수주하기 전까지는 수입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는다는 게 분장 일의 애환이지만, 일에 대한 열정은 이상하리만치 샘솟는다는 게 김정빈씨의 설명이다.

“사극 분장팀이 현대극 분장팀에 비해서 경력이나 나이가 많은 편이에요. 경력 10년차가 넘으면서부터는 프리랜서로 일을 수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수입이 조금 나아질 수 있지만, 그 정도 실력과 경력을 갖추기 전까지는 수입이 굉장히 적어요. 분장은 시간 당 페이도 아니고, 장비나 카메라 스태프처럼 오버차지가 있는 것도 아니에요. 반면 일은 거의 매일 새벽에 나와서 밤 늦게나 귀가할 정도로 바빠요. 한 가지 좋은 점은 바빠서 돈 쓸 시간이 없다는 것 정도예요? (웃음) 그 때문에 중간에 그만두는 사람들이 많죠. 연차가 올라가도 수입에는 큰 변화가 없습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분장 담당들의 처우 개선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상태예요.”

김정빈씨는 사극 분장에 매료돼 이 일을 시작했다. 수염을 붙인다거나 깊게 파인 주름을 연출한다거나 하는 일이 그녀에게는 무척 매력적으로 보였다. 특수분장 학원을 다니던 중 우연히 프리랜서로 현대극 분장 일을 하게 됐다.

“저처럼 특수분장 학원을 다니면서 길을 찾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은 메이크업 학원 등에서 기본을 배우면 팀의 막내로 채용이 가능해요. 채용은 분장 회사별로 충원이 필요한 시기에 외부로 공지를 내는 형태로 이루어집니다. 최근에는 미대에서 조소를 전공한 이들이 분장사로 전향하는 일이 잦아졌어요.”

적은 수입과 많은 양의 일, 그로 인해 늘 부족한 시간과 잠… 분장사라는 직업은 연기자의 모습을 사실에 가깝게 연출해 주지만 비현실적인 생활 속에 던져지는 직업군 중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럼에도 열정을 놓을 수 없게 하는 것은 매 순간 가슴을 뜨겁게 하는 보람이다.

“멍 하나, 상처 하나를 분장했을 때 ‘진짜 같다’라는 말을 듣거나, 혹은 진짜로 착각하는 사람들을 볼 때 가장 큰 보람을 느껴요. 진짜 같은 가짜를 만든 일… 매력 있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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