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에게 주택담보대출 시 고객들이 부담한 근저당 설정비 반환책임 없다는 법원이 판결 잇따라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7부는 6일 은행 대출자 271명이 "근저당권 설정비 4억3000만원을 반환하라"며 국민은행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이날 같은 법원 민사합의33부도 고객 48명이 중소기업은행, 하나은행, 한국외환은행,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 한국시티은행을 상대로 낸 같은 취지의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이번 판결은 시중은행의 반환책임을 인정하지 않은 첫 판결로 전국 법원에서 근저당 설정비 반환을 놓고 진행 중인 집단 소송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것으로 전망된다. 오는 20일에는 소비자 30여 명이 하나은행을 상대로 제기한 1심 소송 판결 결과가 나올 예정이다.
재판부는 "대출할 때 근저당 설정비의 부담주체를 고객이 선택하도록 한 표준약관 규정은 고객에게 비용을 무조건 부담시키는 것이 아니라 선택권을 부여한 '개별약정'으로 볼 수 있다"며 "이를 무효로 볼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시했다.
특히 이 같은 재판부의 판단은 지난달 27일 신용협동조합을 상대로 한 같은 취지의 소송에서 인천지법 부천지원이 근저당권 설정비의 반환 책임을 인정한 판결과는 상반되는 것이어서 향후 상급심 판단이 주목된다.
이번 근저당권 설정 비용 반환 소송을 진행했던 금융소비자단체는 일단 소송과 별개로 금융사들과 협조해 반환받을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소비자 권리를 무시하는 판결로 항소 할 의사도 내비쳤다.
금소원은 "이번 소송으로 금융사들이 부당하게 부과해온 수수료 등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과 사회적 관심이 높아졌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며 "상급법원에 항소를 거듭하면 시간적, 경제적 비용도 문제 발생하고 법정 공방으로 신뢰가 저하되고, 결과적으로 금융산업의 질적인 저하로 이어질 것을 우려해 소송 후에 금융소비자 피해구제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반면 은행권은 "예상했던 결과"라면서도 일단 한시름 놓는 모습이다. 최대 10조원 규모로 예상했더 거대 소송으로 확대되는 사례를 막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여러 건의 소송이 남아있는 만큼 긴장의 끈을 놓을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만약 은행이 패소하면 충당금을 쌓아야 해 실적에 상당한 악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개별 은행마다 다른 판결이 나올 수 있는 우려도 상존해 있는 상황이다. 은행들은 사안이 중대한 만큼 오는 11일 은행연합회에서 대책 회의를 가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