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파워 엘리트 50인]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내정자, 박근혜 정부 창조경제 만들기 중책

입력 2013-02-21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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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으로 돌아온 미국 벤처 신화… 국적 회복에도 정체성 논란 여전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내정자
‘살아있는 벤처 신화’. 김종훈 초대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내정자에 대한 대표적인 수식어다. 수많은 벤처기업들이 즐비한 미국에서 벤처기업으로 성공했기에 ‘IT업계의 전설’로 불리기도 한다.

미국에서는 길거리에서도 알아보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김 내정자는 미국에서 성공한 사업가이며, 아메리카 드림을 이룬 주인공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선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아 다소 생소한 인물이기도 하다. 그런 그에게 최근 온갖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핵심 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에 내정되면서부터다.

김 내정자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되자 정치권과 관련 업계에선 ‘깜짝 인사’라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김 내정자가 인생 대부분을 미국에서 보낸 데다 공무원 조직과 연결 짓기 힘든 ‘사업가’로서 활동해왔기 때문이다.

박근혜 당선인과 김 내정자의 인연은 200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 내정자는 당시 하버드대와 스탠퍼드대가 공동 연구한 ‘프리벤티브 디펜스 프로젝트(Preventive Defence Project, PDP) 연구팀의 일원으로 한국을 방문했고 그 자리에서 대선 예비후보 시절 박 당선인을 만났다.

김 내정자는 이후 6년 동안 박 당선인과 가끔씩 만나 정치·사회·기술 등 여러 분야에서 조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박 당선인의 뜻이 굉장히 강하고 나라를 지속 가능하게 만들겠다는 의지에 감명 받았다”며 “장관 후보 임명은 영광이다. 박 당선인의 뜻을 받들어 도전적으로 해보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박 당선인이 새 정부의 ‘핵심’인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으로 김 내정자를 임명한 것은 그의 도전적인 경력과 ICT분야 성과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창업벤처 육성으로 일자리를 창출하고 ICT 융합산업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고자 하는 박 당선인의 국가경영 철학과 궤를 같이한다.

특히 ICT를 기본으로 하는 벤처신화를 쓴 그의 경력은 타의추종을 불허한다. 유년 시절 미국으로 이민을 간 김 내정자는 극심한 생활고에도 불구하고 존스홉킨스 대학에 입학했다. 주경야독으로 박사 과정을 불과 2년 만에 마쳐 존스홉킨스 대학의 전설이 되기도 했다.

이후 김 내정자는 미 해군에 자원입대해 7년 간 복무를 마치고 1992년 인생 역전의 시발점이 된 ‘유리시스템즈’란 벤처기업을 창업했다. 초고속인터넷 기술인 비동기식 전동모드(ATM) 통신장비를 개발, 대박을 쳤다. 1998년엔 글로벌 통신장비업체인 루슨트테크놀로지에 10억달러에 회사를 매각, 38세 나이에 미국 400대 부자 반열에 올랐다. 2005년엔 루슨터 산하 벨연구소의 최연소 사장이자 사상 첫 외부 출신 사장을 맡게 됐다. 벨연구소는 그동안 노벨상수상자를 13명이나 배출한 세계적으로 영향력 있는 연구소다.

김 내정자는 항상 여권을 두 개씩 갖고 다니는 것으로 전해진다. 1년의 절반 이상을 해외출장으로 보낼 정도로 바쁘기 때문이다. 또한 그는 사장임에도 불구하고 사장실이 아닌, 연구실에서 연구원들과 피자를 먹으며 토론을 즐기는 스타일이다. 주로 연구원들에게 부족한 ICT 실용화 방안에 대한 조언을 한다고 한다. 기초연구에서부터 실용화까지의 경험을 갖고 있는 김 내정자이기에 할 수 있는 조언이다.

구성원들에 대한 배려도 깊다는 평이다. 1997년 김 내정자가 유리시스템즈를 나스닥에 상장할 당시 그는 직원들에게 주식을 무려 40% 넘게 나눠줬다. 때문에 직원들 가운데선 백만장자에 등극한 사람도 여러 명이었다. 직원들이 있었기에 회사가 성장할 수 있었다는 믿음에서다.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으로 내정된 윤상직 지식경제부 제1차관은 김 내정자에 대해 “지난해 5월 김 내정자와 처음 만나 이야기를 나눴는데 많은 감명을 받았고 이런 분이 장관을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며 “향후 산업통상자원부와의 정책 협력에 있어 원천기술이나 상용화 기술 부문에선 긴밀한 협조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서 제기하는 ‘반(半)미국인’이라는 지적은 김 내정자에게 벗어날 수 없는 ‘아킬레스건’이다. 이에 김 내정자는 최근 한국 국적을 다시 찾았고 곧 미국 시민권도 포기하겠다고 밝혔지만 정체성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김 내정자가 과거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설립한 회사 인큐텔 창립에 관여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또한 미국식 사고방식으로 인해 정형적인 공무원 조직에 적응하지 못할 것이란 시각도 있다. 한국식 소통에도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를 실현할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으로서 김 내정자의 전문성은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전문성을 제쳐놓고 순혈주의만 내세워서는 국내 ICT 분야의 발전이 불가능하다는 반박이다.

김 내정자는 “한국 국적을 회복하면서 미국 시민권을 포기했고 벨연구소의 소장직까지 내놨는데 이중 국적이 왜 논란이 되는 지 모르겠다”면서 “(인큐텔 창립에 관여했다는 것도)장관 직을 수행하는 데 걸림돌이 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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