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선거철이 되면 우리의 국가 근간인 시장경제에 위배되거나 헌법적 가치에 위배된다거나 지금 당장은 필요할지 모르지만 앞으로 두고 보면 국익에 상당 부분 손실을 가져올 수 있다. 그러면 다음 세대와 미래 세대에 큰 부담을 주는 결정들이 오늘 이 시점에서 이뤄지면 안된다 하는 생각을 갖습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해 4월 총선을 앞둔 국무회의에서 한 말이다.
이명박 정부는 임기 내내 재정건전성을 지켜내기 위해 분투했다. 이 대통령의 임기 동안 ‘무상보육’, ‘반값등록금’ 등 우리 사회의 복지에 대한 대중적 요구가 본격화했고, 이를 이용한 정치권의 ‘복지 포퓰리즘’ 공세도 거셌다.
국민의 정치적 요구는 민주주의의 자연스러운 현장이지만 모든 복지정책은 재원을 수반한다. 한정된 곳간을 지켜야 하는 정부로서는 신중할 수밖에 없다. 이 대통령은 복지 요구가 증폭되는 선거기간마다 “정부는 포퓰리즘에 빠져 국익에 반하거나 국민에게 부담을 주는 정책을 만들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야 한다”고 주문하는 등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이 대통령은 재임 기간 단 한번의 거부권을 행사했다. 지난달 택시를 대중교통으로 포함시키는 ‘대중교통법 개정안’(택시법)에 대해서다. 여야 국회의원의 표결을 거쳐 올라온 법률안에 대해 반대의사를 밝힌 것이다. 이 대통령은 약 1조9000억원의 추가 재정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택시법을 ‘전형적인 포퓰리즘 법안’으로 본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다른 주요 국가와 비교해 높은 수준의 재정건전성을 유지했다. 국내 경기가 침체된 가운데 지나치게 건전재정만을 추구했다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건전한 재정 덕분에 유럽발 금융위기로 시작된 글로벌 경기침체를 헤쳐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