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가는 사회적기업]"생존ㆍ성장 위한 사회적 가치법 필요"

입력 2013-02-25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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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기업 선구자' 송경용 성공회 신부

▲송경용 성공회 신부가 지난 21일 오전 서울 중구 정동 성공회 대성당에서 프리미엄 경제지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1988년 스코틀랜드의 폐광 지역에서 한 50대 중반 노인이 기적을 일으켰다. 낡은 밴 한대와 공구 몇개, 지역사업체로부터 모은 성금으로 꿈을 잃어버린 지역 주민들의 무너져가는 집을 수리해주기 시작했다. 일 없는 청년들이 동참하며 수리업무는 소문이 나기 시작했고 결국 고용도 창출하고 돈도 버는 수리전문업체로 발전하게 됐다. 40분 거리의 에딘버러 시내에서까지 건물 수리 요청이 들어올 정도로 번창한 이 기업(멕센스)은 영국의 대표적 사회적기업 성공사례다.

아시아의 조그만 나라 대한민국에서도 이 같은 진정한 사회적기업을 꿈꾸는 사람이 있다. ‘가난한 이들의 벗’이자 ‘사회적기업의 선구자’인 송경용 신부(사회적경제개발센터 이사)를 만나 한국의 사회적기업 현주소를 들어봤다.

△사회적기업 탄생 배경과 존재이유가 궁금하다.

“사회적기업을 한마디로 말하면 ‘이익을 내기 위해 빵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고용창출을 위해 빵을 만드는 기업’이다. 1978년 이탈리아 한 협동조합에서 사회적기업의 형태가 탄생했다. 이 용어는 당시 장애인들의 지역사회 내 자립과 자활을 고민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결국 ‘사회적 약자 스스로 노동을 통한 경제활동으로 자립하고 나아가 지역사회 통합에 기여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사회적기업의 시작이다.

이처럼 사회적기업은 지역 주민들이 스스로 주인의식을 가지고 참여해서 지역 경제를 보다 건강하게 만드는 기업이다. 하지만 기업으로서의 생존능력과 함께 사회적 기능을 함께 충족시켜야 하므로 유지가 쉽지 않다. 결국 사회복지, 노동정책, 경제·사회정책 등을 아우르는 통합적 관점에서 이해돼야 한다.”

△그렇다면 지속적으로 ‘생존’과 ‘성장’을 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가.

“우선 제도적 환경이 필요하다. 일반 기업과 같은 경쟁이 불가능한 사회적기업을 위해 일정 기간, 일정 수준의 보호막이 필요하다. 실제로 100조원에 가까운 ‘공공조달시장’은 사회적기업에서 우선구매권을 제공하지만 비율(1%)과 금액(2000만원 이하)이 현실적으로 너무 적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공공조달시장에서 최저가를 제시한 기업이 우선 시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동권 준수여부, 사회적 공헌현황, 지역사회 기여도 등의 항목에 힘을 실어주는 ‘사회적 가치법’을 만드는 것이다. 미국과 영국은 이미 시행되고 있다.

또 사회적기업의 자체적인 노력도 필요하다. 기술개발 등을 통한 경제 진영의 노력과 함께 사회로부터 신뢰를 얻는 과정이 동시에 일어나야 한다. 특히 고용문제 해결과 함께 지역사회도 건강하게 하는 등 공공성을 가진 사회적기업을 위한 정책적 방안도 필요하다. 일례로 영국은 ‘펍’이 경매에 넘어가면 지역사회가 사회적기업에 우선협상권을 주며 공유자산으로 만든 후 고용창출, 지역경제 등에 기여토록 한다.

이 외에도 사회적기업을 위한 ‘사회적 금융(Social Finance)’이 꼭 필요하다. 펀드를 조성해서 정부가 정책적으로 투자를 해야 한다. 선진국은 사회적기업은 반드시 사회적 금융과 함께 간다.”

▲송경용 성공회 신부(사회적경제개발센터 이사)

△사회적기업의 당면 과제가 궁금하다.

“10명 중 8명이 단순히 장애인들이 ‘빵을 만들어 판다’라고 생각할 정도로 사회적기업에 대한 개념을 모른다. 정부가 ‘취약계층 고용 의무’ 등 사회적기업 인증제도를 도입하면서 단순히 사회복지 기관처럼 인식이 됐다. 사회적기업은 사람이 중심이 되는 경제주체로 협동을 통해 경제를 건강하게 만들고 사회를 변화시키는 기업이지, 사회복지회관이 아니다. 따라서 사회적기업이 갖는 공공적 의미를 부각해서 알릴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몇 가지 과제가 있다. 우선 사회적기업은 ‘사회통합적 기능’과 함께 ‘기업’이라는 자기정체성을 확립해야 한다. 사회가 당면한 문제를 해소함과 동시에 기업으로써의 기능도 해내야 한다.또 대기업들은 자체적으로 사회적기업을 만들기 보다는 지원정책을 펴나가야 이들이 당면한 비용문제와 인식확산에 도움이 될 것이다. ”

△국내 사회적기업의 성공사례를 들어달라.

“분야별로 다양하다. 자활센터에서 시작한 ‘함께사는 세상’은 청소, 건물 수리와 유지보수 등이 주 업무인 회사로 연 매출이 70억~80억원에 달한다. 내가 직접 설립한 푸른환경코리아 역시 동종계열로 청소전문업체다. 최근 코레일로부터 120억원 규모의 청소 프로젝트를 수주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는 의류분야 연구개발과 판매를 하고 아시아에서 생산하는 페어트레이드코리아는 대표적인 협력모델이다. 이들은 ‘바닥에서 시작해 피를 깎는 자기혁신과 개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절대 포기하지 않고 기다리는 과정’을 이겨냈다는 공통점이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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