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우리의 영혼을 잠식한다!
한국, 왜 성형공화국으로 전락했나![배국남의 직격탄]
미디어, 우리의 영혼을 잠식한다-미디어의 성형 텍스트 전달과 영향, 수용을 중심으로
◇미디어, 우리의 외모까지 디자인하다!
드디어 1위다. 한 개그맨의 말처럼 “1등만 기억하는 대한민국”이기에 기를 쓰고 1위를 차지한 것일까. 한국이 인구 대비 성형수술 비율이 세계 1위를 기록했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2013년 1월 31일자)는 국제성형의학회(ISAPS) 보고서를 인용, 2011년 인구 대비 성형수술 횟수에서 한국이 1위를 차지했다고 보도했다.
ISAPS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2011년 인구 1,000명당 성형수술 시술 횟수가 13건이 넘은 것으로 조사돼 이 부문 1위에 올랐다. 그리스, 이탈리아, 미국, 콜롬비아가 그 뒤를 이었다. 미국 일간신문 USA 투데이는 최근 한국 배우, 가수 등 대부분의 연예인이 성형수술을 했으며 성형 고객 대부분은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가 한 수술을 받기를 원한다고 전했다.
지난 2007년 발표된 경희대 의상학과 엄현신씨 박사학위 논문 ‘얼굴에 대한 미의식과 성형수술에 대한 인식’에 따르면 2006년 9월 서울ㆍ경기지역에 사는 18세 이상 여성 81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 전체 응답자 중 47.3%가 성형수술을 받은 적이 있다고 답했고 연령별로 보면 30~39세는 56.6%, 40~49세 42.9%, 50세 이상은 39.4%가 성형수술 경험이 있으며 특히 25~29세 여성 중 62.9%가 성형수술을 경험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쯤 되면 성형열풍 아닌 성형광풍(狂風)이다.
이제 성형은 연예인의 전유물이 아니다. 성형이 사람들 특히 여성 스펙의 하나에 포함될 정도로 흔한 현상이 되고 한국은 ‘성형공화국’이라는 수식어가 당연한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오죽했으면 국회에서 지난 1월 독일과 이탈리아 일부 국가에서 시행하는 청소년 대상 성형수술 금지 법안을 제출했을까.
전 국민의 몸짱화, 얼짱화, 동안화 열기가 고조되고 어린이에서부터 노인까지 성형외과로 향하는 성형광풍이 휘몰아치는 상황과 TV에서 개그우먼 출신인 방송인 곽현화의 레이저 필링과 보톡스 시술 과정을 보여주고 “통통의 기준이 되는 연예인이 손예진이다”라는 지상렬의 언급이 아무렇지 않게 방송되고 “아내가 (애프터스쿨) 유이씨 정도면 좋겠다. 나이가 좀 있으니까 양보해서 48kg 유지해야 한다”라는 한 일반인의 말이 거침없이 안방에 전달된 것과 무관한 것일까.
하루가 멀다 하고“쌍꺼풀, 이마수술, 지방흡입수술은 성형수술 축에도 들지 못한다. 전신성형수술 받았다”는 한 여자 연예인의 당당한(?) 고백과 2012 미스코리아 미스진 김유진이 성형 했다는 이야기, 그리고“다양한 배역을 맡고 싶어 양악수술을 했어요”라고 말하는 연예인의 성형전후의 사진이 인터넷과 신문지상을 수놓은 것과 성형광풍은 관련 없을까. 그렇지 않다.
◇우리는 미디어가 구축한 스펙터클의 사회에 살고 있다-미디어 텍스트가 현실?
드라마, 뉴스, 예능 프로그램, 영화, 음악, 광고, 인터넷 등 언어나 이미지를 사용해 주변 세계의 의미를 부여하는 재현(representation)의 미디어 텍스트와 현실의 세상, 그리고 사람의 인식은 결코 무관하지 않다.
기 드보르(Guy Devord)의 지적처럼 우리는 지금 매스미디어에 의해 만들어지는 사회 즉 스펙터클의 사회에 살고 있다. 매스미디어가 조형한 스펙터클의 사회는 대화를 허용치 않고 인간의 존재는 항상 수동적으로 소비하는 사회다. 따라서 삶의 직접적인 경험, 정서 그리고 관계를 망각하도록 길들며, 매스미디어가 재현한 이미지와 텍스트(상징화된 세계)를 소비하며 살아간다. 아니 소비에서 그치지 않고 그 매스미디어에서 재현한 텍스트와 이미지가 현실의 척도가 되며 인식의 근간을 이룬다.
장 보드리야르(Jean Baudrillard)는 사람들은 현재 매스미디어가 생산해내는 이미지와 텍스트(시뮬라시옹)를 실재보다 더 실재적인 것으로 인식하며 살고 있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삶은 잡지 광고이며, 진실한 것은 신문지면의 한 개비의 담배인지 모른다. 현실 세계는 MTV에서 펼쳐지는 끔찍하도록 환상적이고 무차별적인 다큐멘터리라는 미망에 사로잡혀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미디어의 성형 텍스트 역시 마찬가지다. 미디어의 성형 텍스트는 현실 속 사람들의 성형 인식을 디자인한다. 이 때문에 미디어의 성형텍스트를 현실로 인식한다.
미디어는 이효리 전지현 김태희 송혜교 등 몸매와 얼굴의 아이콘들을 이상화(理想化)하는데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 일상화(日常化), 정상화(正常化)시킨다. 미디어의 이상적 육체 상품화의 열기는 실질적인 필요나 진정한 욕망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결핍을 채우고자 하는 사람들의 채워지지 않는 욕망을 자극하며 수많은 사람의 이효리화 그리고 김태희화를 위한 지난한 몸부림을 촉발시킨다.
신문, 방송, 인터넷 등 미디어를 통해 증식되는 이상적 몸매와 얼굴의 이미지와 텍스트는 알게 모르게 수많은 사람이 닮아야 하는 준거로 자리 잡는다. 어느 사이 우리는 알게 모르게 얼짱과 몸짱을 당연시하고 얼짱과 몸짱이 아닌 외모와 육체적 이미지, 외형적 조건을 가진 사람을 문제시하거나 비정상적으로 생각한다. 이효리와 김태희는 정상이고 이효리와 김태희가 아닌 사람은 비정상적으로 내몰리는 것이다.
심지어 미디어는‘예쁘면 죄가 없고 못생기면 죄가 된다’는 유미무죄(有美無罪), 무미유죄(無美有罪)의 사회를 당연시하게 한다. 사람들의 외모와 몸매는 특히 여성들의 취업에서부터 사회생활, 사교, 결혼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 역시 미디어에서 쏟아내는 성형 텍스트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미디어 텍스트는 이처럼 우리 삶에 엄청난 영향을 준다. 미디어 텍스트는 사람들의 인식, 가치관 정립에서부터 일상생활에 이르기까지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미디어 텍스트는 인식의 근간이 되고 현실과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지배하고 사회화의 대리자(Socialization Agen) 역할까지 하고 있는 것이다.
◇미디어 텍스트 효과는 수용자에 따라 차이가 있다. 그러나 미디어는 막강하다!
물론 미디어 텍스트에 주목하거나 수용하는 결과로 야기되는 인식과 행동의 양식인 미디어의 효과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다. 시대와 학자, 연구방법론에 따라 미디어가 수용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는 약효과 이론에서부터 미디어의 효과가 막강하다는 강효과 이론까지 다양하다. 최근 들어 미디어의 효과는 강력하다는 이론들이 득세하고 힘을 얻고 있다.
매스미디어가 특정한 이슈들을 강조하여 부각할 때 수용자들도 그러한 이슈를 중요하게 여기게 된다는 논제설정론(Agender Setting), 미디어가 수용자 개인의 태도나 의견을 변화시키는 사회적 집단이나 집단의 문화적 규범을 형성하거나 강화해 수용자의 인식과 행위에 간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문화적 규범 이론(Cultural norms Theory), TV를 비롯한 매스미디어에 과다 노출된 사람들의 머릿속에 담고 있는 사회의 모습은 미디어의 모습과 일치한다는 배양효과이론(Cultivation Theory), 미디어가 하나의 관점을 이끌어내면 반대되는 지배적인 관점은 침묵하게 돼 공중의 지각에서 사라지게 되면서 미디어가 여론형성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침묵의 나선이론(Spiral of Silence), 기자들이 주어진 이슈를 사회적 규범과 가치, 뉴스조직의 압력과 강제, 이익집단의 영향력, 편집국의 일상 그리고 기자들의 이데올로기적-정치적 지향점에 따라 틀짓기를 해 영향을 미친다는 뉴스 틀짓기(Framing)이론에 이르기까지 미디어의 효과가 강력하다는 다양한 효과 이론들이 존재한다. 강조점이나 영향의 강도에 차이가 있지만, 미디어가 수용자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미디어의 성형 텍스트 역시 수용자에게 미치는 영향 역시 다양한 양태로 드러난다. 미디어의 성형텍스트에 전혀 영향을 받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도 있지만 상당수는 외모가 연애, 결혼 등과 같은 사생활은 물론 취업, 승진 등 사회생활 전반까지 좌우하기 때문에 외모 가꾸기에 목숨 거는 전쟁에 돌입한다. 미디어에서 펼쳐내는 외모 지상주의와 성형에 대한 텍스트는 수많은 사람에게 결혼시장에서의 더 나은 배우자와 노동시장에서의 더 나은 일자리를 위한 전쟁에서 승리하려는 무기의 하나로 외모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인식을 심어준다. 급기야 성형병원에 향하게 만든다.
◇미디어의 수용은 어떻게-미디어 텍스트의 의미해독과 삶의 방향
미디어 텍스트가 현실속의 세상을 압도하고 있다. 미디어가 구축한 스펙터클의 사회를 현실 속 세상으로 인식하고 미디어 텍스트가 구축한 시뮬라시옹이 더 실재처럼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미디어 텍스트는 현실이 아니다. 그런데 그 아님을 깨닫기란 참으로 어렵다.
왜냐하면, 미디어에서 텍스트의 형태로 재현한 상징세계는 무차별적이고 실재보다 더 실재적인 외양을 가졌기 때문이다. 그 외양은 너무나 막강하게 공격해 우리의 사고를 무장해제 시킨 뒤 우리 인식의 틀거지를 그 외양으로 채우게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가 세상을 보는 눈은 실제 미디어 텍스트의 상징세계에서 구축한 눈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미디어가 촉발시킨 사이비 욕망이 진정한 욕구로 치환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미디어 텍스트가 구축하는 시선과 사이비 욕망이 진정한 시선과 욕구라고 믿는 인식은 현실 속에서 적지 않은 문제를 야기한다. 이 때문에 왜곡으로 무장한 사이비 확신범이 양산된다.
미디어의 성형텍스트에 의해 조형된 외모에 대한 인식과 시선은 성형외과로, 피부과로, 뷰티용품매장으로 향하는 것이 살길이라고 생각하는 수많은 사람을 확대재생산하는 것이다. 여고생과 여대생의 80%가 자신의 체중에 불만족하고 있으며 정상체중인데도 만족하지 않는 비율이 83.5%에 이른다는 여고생과 여대생 1,000명 대상으로 한 여성민우회 조사결과가 놀랍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이제 우리는 의도적이든 의도적이지 않든 간에 미디어 텍스트가 조장하거나 구축한 세계가 재현된 상징이며 현실세계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그 사실의 깨달음과 실천은 미디어의 상징세계에 의해 자신의 삶을 디자인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의지와 진정성으로 삶을 디자인하게 해주는 단초를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또한, 미디어가 만들어낸 사이비 욕구들을 진정한 욕망으로 대체시켜줄 뿐만 아니라, 삶의 모든 계기를 적극 의식적으로 재건해주는 길을 열어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미디어 텍스트가 현실세계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기란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미디어가 무차별적으로 우리를 포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디어의 포박을 뚫는 실천방안을 스튜어트 홀(Stuwart Hall)의 미디어 텍스트의 해독 방식에서 찾아보고자 한다. 홀은 미디어 텍스트를 해독하는 방식으로 세 가지를 제시한다. 미디어가 의도한 텍스트의 지배적 의미를 그대로 의심할 여지없이 그대로 순응적으로 수용하는 지배적-헤게모니적 해독(Dominant-hegemonic reading), 그리고 자신의 세계관과 경험에 근거해 수용하는 교섭적 해독(Negotiated reading), 그리고 텍스트의 내용과 내재한 이데올로기기적 위치에 동의하지 않거나 아예 텍스트 자체를 기각하거나 비판적으로 읽어내는 저항적 해독(Oppositional readin)이 바로 그것이다.
우리중 상당수는 그동안 미디어 텍스트를 그대로 수용하는 순응적 해독자 였다. 이것은 미디어가 구축한 스펙터클의 사회의 포로가 되는 첩경이다. 그렇다면 이제 답은 명확해졌다. 최소한 미디어를 접할 때 교섭적 혹은 비판적 해독을 해보자. 미디어 텍스트에 대한 자신의 시각을 중심에 둔 비판적 해독은 우리에게 자신의 의지로 삶을 디자인하게 해주는 길을 제시해준다.
미디어 성형 텍스트에 순응적 해독 대신 교섭적 혹은 비판적 해독으로 임할 때 성형과 몸에 대해 주체적인 생각을 하게 되고 보다 몸과 얼굴의 건강한 담론을 견지하게 된다. 이효리-김태희화를 하지 않아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게 된다.(충북대 신문 3월4일자 기고된 글임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