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문화정책 균형 과제로… DJ 행정관·MB 비서관 지내 전문성 인정받아 다시 발탁
모철민 청와대 교육문화수석비서관에게는 ‘합리적 공무원’이라는 꼬리표가 늘 따라다닌다. 그가 30년 가까이 일했던 문화체육관광부 후배들의 평이다. 조직 친화력이 우수하고 온화한 성품에 일처리가 꼼꼼하며 신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강한 업무추진력을 갖고 있다. 그에 따른 평가는 ‘조용하지만 강하다’는 것이다.
자기 분야에 대한 전문성과 조용한 업무스타일, 두 가지는 박근혜 대통령이 추구하는 인재상과 부합한다. 때문에 이명박 정부에서 관광체육비서관과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을 지낸 그가 박 대통령과 일면식도 없음에도 재중용될 수 있었다. 새 정부 인선에서 전 정부 출신 인사들이 대체로 배제된 것과 대조를 이루는 부분이다.
이명박 정부에서의 교육문화수석 경력 이전에도 김대중 정부 시절 교육과학문화수석실 행정관을 지낸 경력이 있다. 청와대 참모진이 어떤 자세로 일해야 하는지는 이미 깊숙이 체화돼 있다. 특히 유진룡 문화부 장관과는 오랫동안 함께 찰떡호흡을 보일 전망이다. 또한 비서실 최대 인맥을 형성한 성균관대 출신으로 비서실 내 팀워크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모 수석은 행정고시 25회 출신으로 교통부에서 공직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다가 1994년 교통부에 속해 있던 관광업무가 문화부로 이관되면서 자리를 옮겼고 이후 18년간 문화부에서 일했다. 관광행정에 매력을 느껴 미국 오리건대에서 관광학 석·박사학위를 취득했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국제관광과장, 관광기획과장, 관광산업본부장, 예술국장, 문화콘텐츠산업실장 등을 거쳤다.
2004년부터는 3년이 넘는 기간 동안 주프랑스 한국문화원장을 지냈다. 특히 2006년에는 한·프 수교 120주년을 기념해 1년 동안 한국을 소개하는 문화행사를 120차례 이상 개최했다. 양국 수교 이래 최대 규모였다. 프랑스 정부는 양국 문화교류를 활성화한 공로를 인정해 그에게 예술문학훈장을 수여했다. 이 시기를 거치며 국제감각과 분위기가 무르익었다는 게 주변의 평이다.
직원이 구두로 보고한 내용도 세밀하게 기억할 정도로 꼼꼼한 성격인 동시에 카리스마 있는 추진력을 갖췄다. 차관 재임 시절 국내 모바일 앱 오픈마켓 시장을 개방하기 위해 애플과 구글 관계자를 직접 찾아가 면담한 것으로 유명하다. 셧다운제와 관련해서도 게임업계 반발에 대응 논리를 만들어냄으로써 여성가족부와 시민단체, 관련 업계 간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기여했다.
2011년 예술의전당 사장으로 재직하며 예술성과 공공성을 균형적으로 강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민에게 문화 접근성을 보장하고 다양한 형태의 문화예술 창작과 유통을 장려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 프랑스식 정책을 선호한다. 예술의전당 사장 재임 시 표준좌석제 도입, 대관료 인하, 소외계층 및 청소년 지원, 상업적 성격의 공연 비율 제한 등 공공성을 강화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 교육에는 문외한…교육정책-문화정책 균형 이룰까?
모 수석은 문화·관광 분야의 최고 전문가이지만 교육 분야에는 문외한이다. 교육문화수석으로서 문화와 교육 양쪽에서 같은 능력을 발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게 대체적 관측이다. 때문에 교육 분야에서의 그의 역할은 청와대 국정 방향에 대한 의중과 교육부의 의견을 가교하는 메신저 역할에 그치고 김재춘 교육비서관에게 상당한 권한을 위임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교육계 출신이 아니라는 점이 오히려 교육관료 사회의 관성에서 자유롭다는 이점도 될 수 있다. 실제 모 수석은 지난 2월 26일 교육문화수석으로서의 첫 방문지로 전문대 협의체인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를 택했다. 청와대 교육문화수석과 교육비서관이 함께 4년제 대학의 협의체인 한국대학교육협의회보다 먼저 전문대교협을 찾는 것은 유례없는 일이었다.
교육계 문외한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균형감각’을 최고의 덕목으로 꼽는 모 수석의 성격을 고려하면 문화와 교육 두 분야의 정책에도 원만한 조율을 추구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평소 후배들에게 “성공한 사람들의 자질을 찬찬히 살펴보면 균형감각이 많고, 특히 공직에 있는 사람들이 무엇을 판단할 때 가장 필요한 덕목”이라고 자주 조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 수석은 공직생활 중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를 읽으며 위로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언론 인터뷰에서 그는 이 책에 대해 “가슴에 와 닿았던 책”이라며 “열정을 갖고 일하면 하다못해 길가의 돌멩이도 도와주며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 하나하나가 각자의 궤적을 만들어주고 그 궤적이 앞날의 궤적도 만들어준다는 메시지가 좋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