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미술품 구입 탈세 의혹…신세계 수백억원대 미술품 거래, 아모레도 구입
재벌가의 비자금 수사 때마다 단골로 거론되는 서미갤러리 때문에 유통업체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신세계와 아모레 등 일부 유통기업들이 많게는 수백억원에서 적게는 수억원까지 서미갤러리와 미술품을 거래한 사실이 다시 불거지면서 자칫 불똥이 튀지나 않을까 좌불안석이다.
최근에는 검찰이 CJ그룹 비자금 의혹을 집중 조사 중인 가운데 서미갤러리를 통해 미술품을 사들이는 과정에서 탈세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서미갤러리는 그동안 삼성특검과 국세청 로비, 오리온 사건 등 굵직굵직한 사건이 있을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삼성, 신세계, CJ, 오리온 등 재벌가 ‘안방마님’들과 해외 유명작가의 작품을 거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몇몇 기업과 고위 공무원들은 미술품을 이용해 비자금을 조성하거나 인사청탁을 한다고 알려져 매번 수사대상에 오르내리고 있다. 미술품은 정확한 가격이 드러나지 않고 구입 자금 출처를 확인하기 어려워 대기업들이 자금 세탁이나 로비용으로 사용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2008년 삼성 특검 당시 홍라희 리움 관장이 서미갤러리로부터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행복한 눈물’을 구매해 비자금을 세탁했다는 의혹을 샀다. 범삼성가인 신세계 역시 서미갤러리를 통해 작품을 구입했다.
신세계는 수백억원을 들여 서미갤러리를 통해 그림을 구입했다.
신세계백화점은 2011년 4월 추정가 300억원대 제프쿤스(Jeff Koons)의 ‘세이크리드 하트(Sacred Heart)’를 서미갤러리를 통해서 샀다. 성심(聖心)이라는 의미의 세이크리드 하트는 보라색 포장에 금색 리본이 묶인 하트 모양의 스테인리스 스틸 조형물이다. 그리스도의 무한한 사랑의 의미를 조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높이는 3.7m, 무게 1.7톤에 이른다.
서미갤러를 통해 구입하지는 않았지만 신세계백화점은 ‘아트마케팅’의 일환으로 본점 트리니티 가든을 고가 예술품으로 꾸몄다. 알렉산더 칼더(Alexander Stirling Calder)의 ‘작은 숲’(Le Bougnat)과 루이스 부르주아(Louis Bourgeois)의 ‘눈 벤치III’(Eye Benchs III)도 볼 수 있다. 작은 숲은 육중한 철강의 느낌과 블랙 컬러의 색조와 기하학적인 직선과 곡면이 장엄함을 느끼게 한다. 현대조각의 관념적 지평을 개척한 칼더의 정신이 잘 드러난 대표작이다. 루이스 부르주아는 자신의 심리적, 정신적 상태를 투영하는 매개체로서 ‘눈’을 소재로 다양한 작업을 선보였다. 작품 가격은 각각 200억원, 120억원대로 알려졌다.
또한 호안 미로(Joan Miro)의 ‘인물’(Personnge)과 헨리 무어(Henri Moore)의 ‘와상’(Reclining Figure : Arch Leg)은 각각 10억원과 7000만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백화점 내 작품들까지 더한다면 수천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서경배 아모레 퍼시픽 회장 역시 서미갤러리로 부터 작품을 구입했다. 서 회장은 모리스 루이스의 물감 흘리기 작업 ‘no.1-37’은 2억원에 장 뒤뷔페의 ‘figureⅡ’는 6억원에 가져갔다.
대기업들의 예술품 사랑은 끊임없다. 백화점 업계의 경우 신세계뿐만 아니라 롯데 역시 애비뉴엘갤러리를 운영 중이다. 현대백화점과 한화갤러리아 역시 예술품 판매와 중개업이 사업부문이 포함돼있다. 애경그룹은 최근 자회사 AK에스앤디가 예술품·골동품 소매업을 추가했다.
일각에서는 재벌가와 기업들의 미술품 구매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대기업이 투자가치로 예술품을 이용하기 때문이다. 미술품은 일반 투자에 비해 20년 정도 소장 시간이 경과하면 엄청난 수익이 보장되는 것으로 알려졌다.